“매화는 졌지만, 광양은 지금이 시작입니다.”
3월 중순, 살짝 늦은 오후에 도착한 광양 매화마을.
섬진강을 따라 펼쳐진 매화 군락지는 이미 꽃잎의 절정을 지난 듯했지만,
그 자리에 남은 건 생각보다 더 짙은 여운이었습니다.
축제가 끝난 뒤 찾은 광양은, 오히려 진짜 광양을 만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사진 찍는 인파에 치일 일도 없고, 여유로운 바람결에 실려오는 봄의 소리들이 오롯이 들려옵니다.
매화는 핑계였고, 진짜는 그 이후부터였습니다.
백운산, 광양의 심장 같은 산
광양에서 가장 먼저 봄이 깃드는 곳, 백운산 국사봉.
이곳은 철쭉이 가장 먼저 피는 곳이기도 하죠. 마치 겨울의 마지막 지점을 밀어내듯
분홍빛 철쭉들이 백운산 자락에 깔릴 무렵, 봄은 정점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 아래,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이맘때 가장 빛나는 곳입니다.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계곡물은 투명한 유리처럼 흐릅니다.
아이들과 함께 찾는 가족 여행지로도 제격이고, 조용한 힐링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더없이 좋습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마음이 먼저 편안해진다는 이들이 많죠.
마치, 도시에서 묻어온 피로를 숲이 스펀지처럼 흡수해 버리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숨은 고요, 옥룡사에서의 시간 여행
백운산의 품 안 깊숙이 자리 잡은 옥룡사는 잠시 시간을 멈추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고요한 사찰의 분위기와 함께, 조선시대 정원 양식을 간직한 옥룡사의 정원은
사진보다 실제가 훨씬 아름답습니다.
하늘이 투영된 연못과, 고즈넉한 대웅전, 바람 따라 스치는 풍경이
누구에게든 마음속 빈자리를 살짝 채워주는 듯한 위로를 건넵니다.
자연 속 한적한 여유, 느랭이골 자연휴양림
조금 더 트렌디한 여행지를 찾는다면 느랭이골 자연휴양림이 제격입니다.
자연 속에 숨은 글램핑장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SNS 감성 사진을 위한 포토존도 곳곳에 숨어 있어 젊은 여행자들에게 인기죠.
야경 명소로도 유명한 이곳은, 저녁 무렵 광양항과 이순신대교의 불빛이 내려다보이며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빛과 어둠의 경계'를 선사합니다.
광양 불고기, 그 한 점의 감동
광양은 맛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 중심에는 단연, 광양 불고기가 있죠.
숯불 향이 은은히 배인 얇은 쇠고기 위에 얹힌 감칠맛 가득한 양념,
그리고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질 때의 고소한 향기.
이건 그냥 '식사'가 아니라,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광양 3대 불고기집’으로 유명한 금강산식당은 그 명성만큼이나 맛으로 말하는 곳입니다.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양념의 깊이와 숯불의 불맛이 만나
한 점 한 점에 전통과 시간이 녹아있죠.
불고기를 맛본 후엔, 바로 옆 재첩 맛집 청매식당으로 향해보세요.
맑고 구수한 재첩국 한 그릇은 입안의 불맛을 산뜻하게 씻어주며,
진정한 ‘광양식 한 끼’의 완성을 선사합니다.
매화마을 그 이후, 어디로 갈까?
사람들이 몰리는 ‘축제’는 끝났지만, 봄을 더 깊이 음미하려면 지금이 딱 좋습니다.
섬진강 자전거길을 따라 매화마을에서 배알도 수변공원까지 달려보세요.
강물 옆을 달리는 바람과 꽃길이 당신의 봄날을 부드럽게 감쌉니다.
배알도에선 낙조를 만끽하고,
구봉산 전망대에서는 광양제철소와 광양만의 야경을 배경 삼아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순간을 남길 수 있습니다.
광양에서 꼭 해봐야 할 봄 여행 코스
✔ 백운산 자연휴양림 산책 후 옥룡사에서 힐링
✔ 느랭이골에서 글램핑과 전망대 야경 감상
✔ 광양 3대 불고기집 탐방 + 재첩국 한 그릇
✔ 섬진강변 따라 자전거 타기 + 배알도 낙조 감상
✔ 구봉산 전망대에서의 야경으로 마무리
광양은 지금이 ‘성수기’입니다
사람들이 축제에 몰릴 때는 잠깐의 화려함이 전부지만,
그 축제가 끝난 후, 광양은 오히려 본모습을 드러냅니다.
작고 조용한 마을에서부터 웅장한 자연, 불빛이 수놓은 야경,
그리고 오랜 시간 쌓여온 맛까지.
그 모든 것이 '광양이라는 이름의 여행'을 완성시킵니다.
당신만의 광양 여행을 시작해 보세요.
혹시 이미 다녀오셨다면, 어떤 장소가 가장 기억에 남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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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여행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