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에 대한 단상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출산 문화가 있다. 산후조리원, 출산 후 산모의 회복을 돕기 위한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산모들은 산부인과 퇴원 후 바로 산후조리원으로 간다. 식사, 아기 케어, 청소, 빨래까지 다 해주면서 산모의 회복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다. 나는 평소에 산후조리원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다. 물론 너무 좋은 시스템인 건 알지만 비용이 너무 컸다. 저출산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출산 관련 비용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마냥 좋게 바라보진 않았다. 실제로 이런 문제로 출산 전 와이프와 다투기도 했다.
"산후 조리원을 가고 안 가고는 남자가 결정할 일은 아니야."라는 아내의 말에 수긍하며 그래 돈은 비싸지만 만족스럽고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평생 1~2회 가는 건데 기쁘게 가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금 산후조리원에 들어온 지 8일 차... 여기 있으면서 내가 일하는 교도소가 떠올랐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비교지만 산모가 움직이지 못하고 이 좁은 공간 안에 갇혀있다는 점에서 이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건가 싶었다.(코로나시기) 현재 와이프는 햇빛 한번 보지 않고 10일 넘게 건물 안에만 있다. 간간이 창문으로 스치듯 들어오는 채광 + 매 때마다 나오는 끼니 + 가끔씩 하는 실내 프로그램 + 규칙적인 수면... 그리고 10평 정도 되는 방에서 갇혀있는 모습이 교도소를 연상시켰다. 오늘 집을 다녀오면서 와이프랑 영상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와이프가 집에 너무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글을 쓰게 됐을지도??
방 크기만 커졌을 뿐 교도소의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 개방 교도소 같은 경우는 산후조리원보다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 +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심지어 담도 없다. 산후조리원에서 와이프랑 같이 8일을 보내는데 답답함의 연속이다. 심지어 나는 출퇴근을 하고 있음에도 여기서 버티는 시간이 고통스럽다. 허리통증 + 피부 + 에어컨은 또 왜 이리 조절이 안되는지... 게다가 남편은 외출이 되는데 아내는 안 되는 시스템이 가장 괴롭다. 그리고 신생아실을 관리하는 선생님들의 근무하는 공간도 너무 투명하다. 모든 행위가 다 보여서 내가 불편할 정도다.
위에 불만을 많이 써놨지만 장점이 없진 않다. 우선 누군가 내 뒷바라지를 다 해준다는 것! 밥도 해주고 아이도 봐주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남편 밥은 안주는 건 함정이지만) 또 아이를 돌봐줄 어른이 없는 부모들에겐 육아를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기저귀 갈기 + 분유 + 샤워 + 모유주기 등 부모에게 필요한 덕목을 배워간다. 산후조리원 동기? 이건 근데 모르겠다. 내가 있는 곳만 그러는 건지. 옆 방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공동 커뮤니티 공간도 없고 대화할 상황도 생기지 않는다. 다들 어떻게 조리원 동기랑 친해진다는 건지 의문이다. 역시 이런 장점들을 보니 교도소와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 같다. 정정!
종합적으로 다 따져보면 역시 비용이 너무 비싸다.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이곳에서 3주 이상 버티기엔 비용이 너무 크다. 2주만 했는데 600이 넘는다. 서울에 비싼 지역은 1000만 원도 넘는다고 한다. 살짝 어지러울 정도. 출산 관련 비용 200 + 산후조리원 600이면 일반 직장인에겐 대미지가 크다. 산모에게 필요하고 좋은 시스템이긴 하지만 효율 대비 비용이 너무 크지 않나... 아무튼 제일 중요한 거! 남자는 결정 권한이 없다. 아내에게 맞길 것! 결혼 준비 및 출산 준비를 통해 배운 점은 하나다. 모든 건 정해졌고 나는 고개만 끄덕이면 된다는 점!
애 3명 난 회사 형에게 배운 처세술이 있다. 와이프가 뭔가 망설이고 있거나 어려워할 때는 나처럼 "에이 뭘 그런 걸 사 없어도 괜찮아."라고 하지 말고 "그거면 되겠어??"라고 해줘야 한다는 것!
오늘도 노시부(?) 자동 콧물 빼는 기계 말고 약국에서 수동으로 빼는 거 사자고 하길래 배운 대로 복습했다.
"그거면 되겠어??"
귀여운 뒷모습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