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대사이상검사 재검 결과 : 폼페병
드디어 두려워하던 선천성대사이상검사의 2차 결과가 나왔다. 저번주 병원을 다녀온 뒤부터 자꾸 신경 쓰여 잊고 싶었던 폼페병에 대한 재검 결과
음성이 나왔다. 오히려 재검을 해서 다른 항목까지 다시 한번 더 살필 수 있었으니! 이거야 말로 럭키
후 아무튼 다행이다. 이제 겨우 태어난 지 15일인데 걱정할게 이렇게나 많다니... 앞 일이 우려된다. 그래도 다시 한번 참 다행이다. 솔직히 나는 이상 없을 거라 믿었지만 애 엄마의 걱정은 꽤 심각했다.
우리 부부는 유튜브를 공유한다. 같은 아이디로 보다 보니 서로의 관심사가 알고리즘에 뜨기 시작했다. 그래서 토요일부터 와이프가 폼페병을 찾아봤는지.. 폼페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뜨기 시작했다. 클릭을 안 하고 싶었지만 나도 모르게 영상을 시청하게 됐다. 너무 안타까운 희귀병으로 치료도 못하고 산소 호흡기를 차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숨을 쉬고 싶어요." 애절한 자막에 영상을 더 보지 못하고 껐다. 그러면서 걱정이 점점 커져가는데.. 알고리즘의 단점은 보기 싫은 것도 계속 노출시켜 준다는 점이다ㅠㅠㅠ
하! 영상 보고 불안이 살짝 피어올랐는데 무사해서.. 다행이다. 하지만 유튜브로 봤던 아이들 + 성인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희귀병을 앓는다는 건 살아가기에 쉽지 않은 일이다. 아주 예전 일이 떠올랐다.
나는 20대 초반 군생활을 소방서에서 보냈다. 의무소방이라는 군인인데, 의경과 시스템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소방서에서 23개월의 군생활을 하면서 구급 + 구조 대원들의 보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일찍부터 아프거나 다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됐다. 에피소드가 무수히 많지만 오늘은 단 한 명의 환자가 떠오른다. 그 여성분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희귀병을 앓게 됐었다. CRPS라는 병명이었는데 복합부위통증 증후군이다. 옷깃만 스쳐도 칼을 찌르는 고통이 느껴진달까? 혼자서 이동도 못하기 때문에 항상 병원을 갈 때마다 우리 소방서에 출동 요청이 왔다. 스트레쳐 카에 옮길 때도 살에 손이 닿으면 너무 괴로워해서 담요로 최대한 마찰이 없게 쌓아서 이동했다. 그렇게 종합병원으로 이송을 한다. 가는 도중에도 통증으로 울부짖는 소리를 듣게 된다. 2~3주에 한번 정도 출동 요청이 왔었는데, 병원을 가도 치료 방법이 없다.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단지 할 수 있는 건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가라앉는 것뿐이었다. 당시 어린 시선에서 환자를 바라봤을 때, 그 사람의 고통보다 가족들의 어려움에 슬퍼졌다. 어머니가 아무 곳도 가지 못하고 간호만 해야 하는 상황 + 생계의 어려움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게다가 아픈 통증이 계속되기에 환자는 예민할 대로 예민해졌다. 짜증을 받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참... 살아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몇 달쯤 지났나? 한동안 그 환자의 출동 콜이 없었다. 왜일까? 소문에 의하면 좀 건강해져서 이제 살짝 걷기도 하고? 그랬다는 거 같다. 하지만 잘못된 소문이었다. 몇 달 뒤 같은 장소 다른 내용으로 울렸다. 평소와 같은 '진통이 심함 병원 이송 요망'이 아닌 '약물 주입 의식 없음'이었다. 그렇다. 고통스러운 나날을 이어가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포기하려 했다. 서둘러 응급 출동했다. 집에 도착하니 다행히 의식은 있었다. 농약을 먹은 상태였는데, 다행히 제초제가 아닌 살충제였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환자를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했다. 가는 내내 내 귀를 맴도는 비명소리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만큼 컸다.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환자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약물의 고통만큼 아픈 위세척의 과정을 마치고 환자는 고비를 넘겼다. 그때 당시에도 어설프게나마 일기를 썼었다. 여기서 기억을 잊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지금 그분은 잘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여전히 고통의 시간으로 매일매일 괴로워하고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무언가가 희망을 줬을지, 그게 아니라면 이 세상에 없을지도. 어쨌든 딴딴이의 희귀병 1차 양성 때문에 마음 한 곳에 담아뒀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늘도 건강하게 두 발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희망찬 내일이 오길 바란다! 아자!
(제약 회사들이 희귀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치료제를 만들 수 있길 바라며.. PFE..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