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14편] 28일의 기적(통잠?)

통잠은 언제 자는 걸까?

by 딴딴한 육아

야간 근무를 끝난 다음날에도 피곤한 눈으로 아이 영유아 검진을 갔다. 와이프가 영유아 검진은 기존의 출산 병원이 아닌 인기 있는 곳에서 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세종에서 가장 핫한(?) 소아과를 갔다. 10시 30분쯤 도착했는데 충격받았다. 입구에 걸려있는 [접수 마감] 오늘 더 이상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적혀있었다. 세상에... 저출산 시대가 맞는 건가? 세종이 아무리 출산율 1위 도시라지만 그래도 1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놀랍다. 어디서 이 많은 아이들이 나타났는지 궁금하다.

병원에는 신생아 실이 별도로 구비 됐다. 와이프가 거기에 들어가 있으라고 한다. 아.. 근데 신생아실 티브이에 모유수유 강연 같은 다큐가 틀어져있다. 아주 노골적인 여성의 상체가 드러나고 수유를 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영상이 보였다. 아름다운 장면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나도 모르게 신경 쓰였다. 와이프는 난처해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는다. 멘트 또한 부끄럽다.

'크고 아름다운 가슴에서 이상적인 수유를 하는 여성' 후.. 이 멘트에 와이프가 빵 터졌다. 그렇게 민망함의 시간이 지나갔고 영유아 검진을 했다. 현재 이상 있는 부분은 없다고 한다. 혀설대가 조금 짧다곤 했지만 지장 있는 정돈 아니라고 했다. (혀설대가 짧으면 발음이 새거나 밥을 잘 못 먹는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주는 대로 다 먹기 때문에 괜찮다.

집에 와서 밥을 먹고 낮잠을 잤다. 깊은 수면 3시간 정도 한 후 저녁 수유를 진행했다. 우리는 3시간 20~30분 간격에 120ML로 수유텀을 형성해 뒀기 때문에 10분 먹이고 트림 30분 그리고 30~40분 놀아준 후 약 2시간 정도를 재운다. 하지만 초저녁 분유 먹고 잠에 취한 아이를 살짝 깨워서 놀았더니 대참사가 났다. 잠이 깬 건지 자고 싶은데 잠이 안 든 건지 미친 듯이 울기 시작한다. 특단의 조치 쪽쪽이를 투입해도 물지도 않는다. 그렇게 울고 토닥이고 반복을 40분 넘게 했더니 진이 빠진다. 분명 졸린 거 같은데 자질 않고 다음 수유 시간도 1시간 20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냥 안 재우고 밥을 먹여야겠다 결심하는 순간 귀에서 이상한 드라이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내가 유튜브로 백색 소음을 틀기 시작했다. 위이이이 이ㅣㅇ이이 이잉~ "뭐 해?ㅋㅋㅋㅋ" "이게 효과 좋다는 말이 있어 기다려봐 ㅋ" 하더니 본인이 그 소리를 듣고 자버렸다... 황당해서 근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울던 아이가 갑자기 차분해지기 시작하더니 잠이 들었다. 오랜 울먹임에 지친 후 잠든 건지 이유가 명확하진 않지만 중요한 건 잠들었다는 사실이다! 수유 시간까지 1시간 정도밖에 안 남았지만 1시간이라도 깊게 재우고 배꼽시계와 함께 분유를 주면 된다.


모처럼 와이프 아이가 둘 다 수면에 빠지니 독서할 시간이 생겼다. 윌라에서 어렸을 때 읽은 안네의 일기를 다운로드하여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꿈도 안 꾸고 깊게 잠들었는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아기 밥 먹었어??" 헉! 아이의 배꼽시계가 울지 않았다. "아니 지금 몇 신데??" 1시였다. 마지막 수유를 7시에 했으니 6시간가량 밥을 안 먹고 아이가 버틴 것이다. 혹시나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아이에게 갔다. 깊은 수면에 빠져..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뭐지? 통잠을 벌써??? 놀라웠다. 아내는 걱정 돼서 맘 커뮤니티에 이런 경우를 검색했다. 없었다. 대부분 '아이가 잠을 안 자요.' '아이가 밥을 안 먹어요' 이런 글이지 많이 잔다는 글은 없었다. 마지막 수유를 못줘서 일 할당량을 못 채웠다. 그래도 뭔가 통잠? 28일 만에 완벽한 통잠은 아니지만 6시간 정도의 시간을 버텼다는 점에서 기뻤다. 왜냐? 나는 8월 11일까지... 통잠을 재워야 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잘하면 친구들과 여행을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내가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놀러 가고 싶어!!!?" 정색하고 웃는다. 당장 이번 달에 일정이 빠듯한데 아내의 심기를 건들면 안 된다. 당장 내일 회식이 있는데 20시 전까지 무조건 돌아오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다음 주는 사내 족구부 창단식. 그리고 다음 주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바다 여행. 집에 있는 동안 체력을 갈아서 나 홀로 육아를 할 생각이다. 아이와 함께 한 지 한 달 되니 체력적으로 지치는 것 같다. 도파민이 빠지는 건가. 그럼에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넘눠무 너무너무나 사랑스럽다. 화목한 가정을 바라던 내가 벌써 꿈을 이룬 건가 싶기도 하고.. 아이 낳길 잘했다. 아내에게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4명까지 낳고 싶다고 했다. "미쳤어? 잠이나 자!"라고 한다. ㅎㅎㅎㅎ.. 회사에 아이 5명인 직원이 2분이나 있다.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더니 세뇌당한 건가. 잠시 미쳤던 것 같다. 특별하지 않은 일에 감동하고 놀라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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