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1편] 2025년을 기억하며

이제부터 현재 이야기

by 딴딴한 육아
M9UCcOsScoCkvKJHr0S51.jpeg (백수저 요리사..)

윤우와 함께한 18개월의 시간이 참 소중했음을 느낀다.
나와 아빠의 관계는 어땠는지 고민을 해보니 내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음을 알게됐다.
어린시절에 돌아가신 탓이라고 하기엔 너무 기억이 없다. 찢어진 사진 한장 없더라.
문득 서글퍼졌다. 분명 그렇게 오랜 기억은 아닌데 10살까지 남아있는 추억이 지워져있다.
옛날 아빠는 당연히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겠지만 그래도..아쉽다. 만약 윤우가 내 나이가 된다면 무언가 나를 기억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이 육아일기를 보고 참 너를 많이 사랑한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uPgKcJFhLJAFgzrSj_g-y.jpeg (경례!)
MsfJkAD2zrsBm6S_iLeWd.jpeg (뉴로퓨전 레고.. 안녕)


말을 하기 시작하고 엄마 아빠를 찾기 시작하는 매순간이 행복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게 공포스러운 일인줄 알았다. 힘듦과 기쁨이 공존하는 특이한 일이다.
둘이었다면 절대 알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다.
난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아이의 성장과 함께 나를 내려놓고 타인을 사랑으로 감싸줄 수 있을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윤우가 태어나서도 그저 형식적인 사랑의 표현이었던 거 같다.
시간이 지나니깐 지금의 마음과 그때의 마음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부성애란 태어날 때 생기는 게 아니라 경험하면서 생긴단 의견에 공감한다. 아이와 하나씩 추억을 쌓는 동안 첫사랑의 향긋했던 기억, 잊고 있던 따뜻한 가족의 소중함 등을 다시 느끼게 된다.

HVKe_TElQ795SEQsT1CcP.jpeg
8djVT9-FwQ26DQ4MtMRYt.jpeg



나를 가장 미치게 하는 아이의 행동은 역시 포옹과 뽀뽀
이렇게 순수하게 아빠를 좋아할 날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다. 이 소중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휴직도 결심했다.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못하는 순수함이 너무 사랑스럽다. 알 수 없는 말이지만 그 의미는 충분히 알 수 있다. 부모를 사랑하는구나. 너도 나처럼 함께 있는 순간이 즐겁구나.
특히 내 아내와 관계가 발전하고 있음을 깨닿는다. 매일 사소한 말다툼은 있지만 전처럼 싸움이 커지지 않고 조금은 한발 물러선 자리에서 배려하게 된다. 그 또한 윤우 때문이겠지.

e7MeKeBvOTWzZnaQkj-d-.jpeg



윤우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25년 마지막을 함께 있지 못한다는 점.
아빠의 직업 특성상 새해를 같이 맞이하지 못하는 것. 누군가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윤우에게는 아니라는 게 참 미안하다. 이 나이의 기억은 다 사라지겠지만 적어도 그 감정들은 오랜시간 이어지면서 건강한 아이를 만들겠지. 내년이면 새로운 아이가 태어난다. 이것 또한 미안하다. 부모가 주는 사랑이 이제 다른 아이에게 분산될 수 밖에 없겠지. 특히 엄마의 관심이 둘째에게 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더 잘해야한다. 아이의 질투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노력해야한다.

wr2ZGXv91UL79okLPjBub.jpeg


언젠가 윤우도 내 나이가 될 때, 아빠의 일기를 기억하고 읽어주면 좋겠다.
내가 너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25년 내 머리 속은 매일매일이 너와 관련된 일로 가득했다고.
그때가 되면 부모의 마음을 알겠지.
힘든 좌절의 순간이 올 때마다 내가 줬던 사랑을 기억했으면.. 32년 뒤 너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그때도 너를 지금과 같은 표정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정말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누구보다 해맑은 윤우의 18개월을 떠올리며 남은 인생의 고비를 견뎌내보고 싶다.

_pzLd-yFSB_DsbEwBs6rM.jpeg



어렸을 때 '노트북' 영화의 결말이 참 아름답다고 했는데 그때는 '그게 왜?'라고 비웃었다.
시간이 지나니 조금은 이해된다. 우리를 희생하며 아이를 꽃 피우는 동안 옆에서 든든하게 지지해준 동반자와 같은 날 세상을 떠난다는 건 참 축복받은 일이구나. 이제 나와 아내는 서로에게 없으면 허전함에 미쳐버릴지도 모르는 관계가 됐구나. 아이들이 떠나고 독립할 때도 내 옆에 있어줄 소중한 사람임을 알게 됐다.
죽기 전날까지 티격대며 싸우겠지만 그 과정마저 너무 그리울 것 같다.
건강하게 오래 더 툴툴대며 살고 싶다. 항상 연말이 되면 슬픈 생각과 함께 잡글이 쓰고 싶어진다.
올해도 작년처럼 내 생을 마무리하는 유서를 작성하며 일기장을 써나가야겠다.
소중하고 축복받을 일이 너무 많았던 25년 안녕!

iZyRHiRZL_eqGWSzDH5FN.jp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