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어른스럽게
드디어 윤우는 0세반을 탈출했다. 6월 생이라 만 1세는 한참 전에 지났지만 12월 생이 1세가 되는 날을 기다렸다. 어린이집 개강 3월 기준으로 드디어 1세반으로 가게 됐다. 우리 어린이집 시스템은 0세반 때 선생님이 2세까지 같이 가는 구존데 우리 선생님은 개인 사정으로 아쉽게 오전 수업만 하게 됐다.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는데 윤우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람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를 사랑해주는 선생님만 오신다면 괜찮겠지. 특별할 거 없는 수료식인데 그래도 1년의 기록을 담은 앨범과 허술해 보이는 수료장을 받으니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진다.
이제는 기존 3명인 반에서 5명의 친구들과 활동하게 된다. 나는 환경의 변화를 싫어한다. 윤우는 어떤 아이일까. 도전을 즐기고 새로운 공간에 낯설진 않을까. 윤우와 대입하기는 좀 차이가 있지만 초등학생 시절의 나를 떠올렸다. 새로운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면 두렵고 걱정이 앞섰다. 피할 수 없는 변화가 너무 무서웠다. 특히 반을 바꾼다든지 낯선 친구들을 사귀는 게 참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10살이 된 나도 어려웠는데 1살의 윤우에게 너무 이른 나이에 사회 적응을 경험시켜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다행히 지금은 붙임성 좋은 귀염둥이라서...아빠완 다르겠지.
최근 친한 동생들과 저녁을 먹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윤우는 1인분과 밥 한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그렇게 먹고도 살이 안 찌는 것도 신기하다. 후식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우리집으로 갔다. 평소에 자주 보는 이모 삼촌들이라 윤우의 텐션은 늦은 밤임에도 가라앉지 않았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장기자랑을 마치고.. 이모 삼촌들과 독서 삼매경까지 완료했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이제 귀가를 하려는데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윤우야~ 이제 삼촌, 이모 집에 간대."
이제 곧 헤어진다는 사실을 알려줬더니 윤우가 갑자기 흥분하며 일어난다.
"삼똔 놋 쌈도놋"
????? 무슨 말이지? 점점 언어가 선명해진다.
"삼촌 옷 삼촌 옷~" 이러면서 피아노 의자에 놓여있던 코트를 삼촌에게 전달해준다.
깜짝 놀랐다. 와.. 우리 아이가 벌써 이렇게 자라다니 살짝 뭉클해졌다.
이제 큰 변화가 점점 줄어서 감동도 줄지 않을까 했는데 부모에게 자식은 항상 자랑스러운 존재인가 보다. 최근 친형이 대학원을 들어갔다.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을 가는데 우리 엄마는 그게 상당히 자랑스러웠나 보다. 항상 손주 사진이던 카톡 프로필 사진이 형 대학원 관련 사진으로 바뀌었다. 40살이 넘은 아들이 원하는 공부를 한다는 게 뿌듯했을까.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부모에게 자식의 행동은 특별한가 보다. 그러면서 나는 언제 엄마의 자랑이 됐을까. 물론 부모에게 칭찬받고 싶은 인생을 살고 싶은 건 아니다. 가끔은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는 것도 뿌듯한 일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