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16편] 죽어도 좋아

이대로 끝난 삶이어도 충분하다

by 딴딴한 육아
nFz3pD-93N47JsM7kQ6S5.jpeg

자극적인 제목을 써도 좋을 만큼 행복한 기억이었다. 어제 내 하루가 그랬다.
특별함은 찾기 힘든 반복적인 일상에서 나를 웃게 한 건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그날도 여전히 아이 하원을 하고 취침 시간까지 씻고 밥 먹이고 책읽는 루틴을 반복했다.
아이가 말이 늘고 고집이 생길 수록 육아를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열심히 꾸역꾸역 밥을 먹이고 짜증내는 목소리를 진정시킨 후 샤워까지 완료했다. 와이프는 만삭의 몸이 돼서 움직이기 쉽지 않기에 아이 케어는 최대한 내가 하려 한다. 내가 더 움직여야지 힘내야지 마음 속으로 알고는 있지만 막상 회사를 다니며 육아까지 하는 건 피곤한 일이다.

xoh4eiuAELxAclxCobFAA.jpeg


그럼에도 이 귀염둥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힘이 난다. 가끔 이유도 모를 짜증에 욱하는 감정이 올라올 때도 있지만 그저 순수한 영혼을 보면 금세 차올랐던 분노도 사그라든다. 최근에는 책 읽는 걸 참 좋아한다. 평소 20시에는 꼭 자던 아이가 이제는 책을 읽어 달라며 보챈다. 그래 나중에 똑똑이가 되려나 보다. 글을 읽어주는 게 쉽지 않지만 매일 1시간의 시간은 아이와 함께 하는 독서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집중력이 상당히 좋다. 19개월이 맞나 싶다. 독서를 좋아하지만 움직이는 건 더 좋아한다. 정신 없이 달려다니는데 아랫집에 층간소음 피해를 줄까 걱정이다. 19개월짜리에게 뛰지마라는 것도 이상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게 되면 아랫집 이웃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해야겠다.

2njmTHPF6IDKrwfV3rdIn.jpeg


둘째 출산을 하게 되면 윤우에게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지는 시간이다. 첫째 아이를 위해 산후조리원을 선택하지 않았다. 2주가 넘는 기간은 아니라 다행이지만 자칫 아이가 엄마를 찾느라 잠도 안 잔다면 4일은 40일처럼 길게 느껴질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이 시기는 양가 어머님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다만 가족들이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타지에서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키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이룩하는 가족의 소중함은 모든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행복하다. 이제는 윤우가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 없게 됐다. 퇴근하고 조용한 집을 견딜 수 없고 자고 일어나면 나에게 달려오는 누군가가 있어서 감사하다.

sCtYw-BiFK-vN3ngfp7oi.jpeg


윤우는 엄마 없이 자는 훈련을 위해 아빠와 단둘이 자고 있다. 역시 쉽게 잘 수 없다는 의사를 표현한다.
"알피!! 베베!! 엄마~!" (알피와 베베는 윤우가 좋아하는 동화책의 주인공들이다.)
세명이 오지 않으면 안 자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 너무 귀엽다.
깨물어주고 싶은 귀여움에 아이를 꼭 안으며 사랑한다고 외쳤다.
"윤우야 사랑해"
"아빠 죠아"
?? 갑자기 아빠 좋다고 한다. 나도 더 설레서 아들 사랑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윤우가 대답한다.
"나도 사다ㅇ해"
????? 뭐지? 또 듣고 싶어서 아빠 사랑해? 라고 질문했다.
웃으면서 또 말한다 " 아바 사당해"
ㅎㅎㅎㅎㅎ처음으로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더니 숨이 턱 막힌 것처럼 설렌다.
감기던 눈꺼풀이 다시 떠지면서 반복해서 아이에게 애정표현을 해줬다. 옆방에서 자고 있던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서 CCTV를 돌려봤다. 아빠와 아들이 속삭이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나 보다. 영상을 저장 후 내 카톡으로 전송했다. 하늘을 날 것 같은 고양감과 함께 평온하게 잠이 들었다. 진짜 죽으면 안되지만 죽어도 좋은 하루였다.


_dRt3ZR5KtnF-aVhISIqf.jpeg (개모차에 뽀송이와 함께...)


매거진의 이전글[육아 15편] 0세반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