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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남책 Jul 17. 2024

두 번째 캠핑_1

또 한 번의 고난

드디어 우리의 텐트를 구입했다. 


그것은 인터넷에서 파는 흔한 팝업텐트였는데 금액이 비싼 것도 아니었지만 여자친구와 꽤나 긴 상의 끝에 결정한 텐트였다. 그 이유는 가격보단 우리의 실력에 딱 맞는 텐트를 찾기 위함이었다.     

 

“ 이게 딱이야그냥 펼치기만 하면 되고 엄청 가벼워 ”   

   

얼마 전 병지방에서 죽도록 고생하고 왔던 우리에게는 신세계의 물건 같았다. 그리고 이 정도 텐트는 잘 피칭할 자신이 있었다. 그냥 펼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우린 텐트를 사자마자 어디로 갈지를 또 검색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당시에 왜 이런 곳만 검색이 됐는지 의아할 정도이지만 그때 우리 눈에 띈 곳은 양주의 ‘백로주’라는 노지에 가까운 캠핑장이었다. 캠핑초보가 또 노지캠핑장을 선택했으니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지만, 그 당시 우리는 이런 대화를 했다.     


“ 와아여기 진짜 넓은데축구해도 될 것 같아 ”      


우린 두 번째 캠핑이 얼마나 고생스러울지 알지 못한 채 또 신이 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예약은 없이 장소만 정해두고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문득 설거지통이 떠올랐다.    

  

“ 잠깐자기야 우리 꼭 사야 할 장비가 있어. ”      


난 설거지통을 떠올리며 말했고 우린 바비큐그릴과 몇몇 필요한 장비들을 쇼핑하기 시작했다. 당시 아이폰4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핸드폰으로 쇼핑하기에 편리하지 않았던 시절이라서 우린 함께 노트북 모니터를 보며 즐거운 쇼핑을 했다. 사실 붙어만 있어도 행복했던 것 같다.


아직 차를 사기 전이었기 때문에 차는 여전히 삼촌 차를 이용했다. 우린 의정부를 지나 양주로 향했고 절대 한 번에 찾을 수 없는 ‘백로주’라는 표지를 몇 번의 불법유턴 끝에 찾아냈다.      


' 아니, 표지를 왜 이렇게 조그맣게 대충 만들어 놓은 거야!!' 


난 화를 냈지만 사실 어디 하소연할 수도 없고 괜히 여자친구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입구에 들어가면서부터 우리는 이 캠핑장의 낯선 시스템에 적응해야 했는데..

서서히 진입하는 우리 차를 향해 다가오던 남자가 설명도 없이 2만 원을 내라고 했다.


난 지갑에서 지폐 두 장을 건네주었고 무심하게 돈을 받은 그 남자는 우리 차의 사이드미러에 알 수 없는 리본을 걸어주었는데 그리고는 말도 없이 뒤차를 향해 가버리는 것이었다. 


'엥? 뭐 하자는 거지?'

우린 그 사람을 사이드미러로 멍하니 지켜보다가 긴가민가하며 캠핑장으로 입장했다. 


' 들어가도 되는 거 맞겠지? ' 

우리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지만, 이내 거대한 평야처럼 펼쳐진 땅을 향해 직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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