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아침이 되고 폭삭 젖은 짐들을 바라보니 한숨이 나왔지만
내가 먼저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후다닥 짐 정리를 시작했다.
아침에는 꽤 선선한 날씨였음에도 이내 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난 여자친구에게 개구쟁이처럼 웃으며 말했다.
“ 나 바다에 좀 들어갔다가 올게”
아침 바다는 시원했다.
아무도 없는 바다에서 나 혼자 풍덩풍덩 물놀이를 즐기니 더욱 기분이 좋았는데
가끔씩 여자친구가 나를 보고 있는지 텐트 쪽을 슬쩍 바라보기도 하며 나만의 여유를 즐겼다.
그날 양양의 바다는 생각보다 거칠었다.
우리는 튜브를 타고도 파도에 뒤집히기를 수없이 반복했는데
그것은 둘이서만 놀고 있는 우리에게 파도가 일부러 장난을 걸어주는 것이 되어서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해변은 원래 군사지역이었는데
정부에서 캠핑장으로 개발한 것이었다.
즉 해수욕하기에 썩 좋은 바다는 아니었는데 우리는 정말 행복하게 바다를 즐겼다.
즐겁게 놀고먹고 즐긴 후 갑자기 든 생각은
‘오늘 밤에도 비가 오면 어쩌지?’라는 생각이었다.
“ 우리 비에 젖으면 곤란한 짐들은 차 트렁크에 미리 넣어두고 오자”
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의견을 냈고, 여자친구가 골라주는 소중한 짐들을 차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오늘이 마지막인 사람들처럼 또다시 바다에 풍덩 들어갔고
해가 질 때까지 세상 걱정 없이 바다와 셋이서 즐거운 장난을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