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기 캠핑장_4

태풍이 오다

by 일남책

모든 세팅을 마친 후 우리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열심히 텐트를 치느라 온몸을 땀으로 적신 우리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캠핑의 자유를 느꼈다.

" 여기 샤워장도 있는데 엄청 깨끗해. 맘껏 놀자 "


난 이 당연한 것들을 그 당시에는 여자친구에게 자랑하듯이 하나하나 얘기했었다.

이날 우리는 캠핑의 초보에서 벗어난 첫날이라고 스스로 칭찬했다.

우린 이때까지 캠핑에서 단 하루도 편안한 밤을 보낸 적이 없었는데 오늘만큼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씨가 된 것일까?

그날 밤 우리에게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고난이 닥쳤고

그 고난은 바로 태풍이었다.


아니, 그냥 비바람일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태풍이라고 느꼈다.

바다의 거센 바람이 비와 함께 우리의 평안한 밤을 방해했고

우리는 어쩔 줄 몰라하며 짐들을 여기저기로 옮겼다.

‘ 아니, 타프를 쳤는데 왜 비가 다 들어오는 거야 ’

난 우리의 고난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타프에게 괜한 화풀이를 했는데

사실 우산을 써도 신발이 젖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일기예보를 봤어야 했는데.. 역시 우린 아직까지 너무나 초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캠핑장이 나무로 된 데크 위에 텐트를 치는 방식이라서 바닥이 젖지는 않았다.

다만, 여기저기 흩어두었던 짐들은 모두 비에 젖어 엉망이었다.


‘즐기자’

난 애써 침착해하며 여자친구에게 말했다.


“ 우리 어차피 내일 바다에서 실컷 놀 거니까 옷 젖는 건 신경 쓰지 말자. 흐흐흐”

캠핑만 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나의 방귀 같은 말에 여자친구도 싫은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여자로서 분명 불편했을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