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고춧가루가 둥둥 떠 있는 짬뽕 국물,
고추장에 졸아든 떡볶이 국물,
쇠맛이 나는 선짓국의 붉은 빛이
하루를 깨운다.
그렇게 빨간 국물을 떠올리다 보니,
추운 날 호호 불며 먹던 떡볶이가 생각났다.
서동의 계란만두집.
빨간 떡볶이 국물에 콕 찍어 먹던 계란만두.
달콤한 국물에 푹 절여져,
폭신하고 달달한 식감을 가진 계란만두.
계란만두집 옆 골목을 바라보면
끝없이 이어진 서동의 계단길이 보인다.
무수히 많은 오르막과
빽빽히 붙은 붉은 벽돌집들.
다닥다닥 붙은 저 집들은
어떤 삶을 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언젠가의 겨울이었다.
그날 나는 세탁기를 그 계단 속으로 옮겼다.
통돌이 세탁기, 약 40kg.
요즘 아파트라면 엘리베이터 한 번이면 끝이지만
서동의 골목은 달랐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틈,
그 틈이 곧 복도이자 현관이자 골목이었다.
나는 그 사이를 세탁기를 들쳐 메고 올랐다.
모서리마다 벽과 부딪치며,
몸을 비틀어가며.
서글펐다.
이 추운 날, 왜 이 무거운 짐을 들고
이 길을 오르고 있을까.
서동은 그런 동네였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정이 남아 있는,
복작복작한 건물들 사이로
사람들의 체온이 스며드는 곳.
어쩌면 그 밀도를 품은 골목들의 청춘엔
지금보다 더 추운 겨울이
한 번쯤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