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초가을 001.
부산 바다 골목길 삼촌 이모
모두가 사라지고 바뀌고,
내 조카들에겐 삼촌, 이모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은 곳.
그립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누군가가 어떠한 것이 그리울 때는,
현재 마주한 현실이 진실로 불만족스러울 때라고도 하지요.
뭐, 어떻습니까. 청춘은 언제나 사랑 노래를 슬프게도, 열정적으로 부르는 시절이니까요.
2025년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서 OMA 아시아 대표 크리스 반 두인은 부산의 두 재개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영주동과 안창마을. 모두 바다를 바라보는 경사지 위 달동네이자, 부산의 산업화와 피난의 기억이 겹쳐진 장소다.
이 두 지역을 향한 제안은 일관된 타워형 아파트가 아니라 작은 규모의 타워와 외부공간을 엮어 바다와 소통할 수 있는 건축이었다. 그는 “하나의 완성물이 아니라, 도시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한때 ‘바다와 항구의 도시’, ‘산업의 중심지’였다. 신발과 섬유 산업, 세계적인 합판 기업, 대기업의 발상지. 그러나 기업들은 도심의 민원과 외곽 이전 정책에 떠밀려 나갔다. 남은 자리는 대부분 아파트로 채워졌다.
“왜 아파트인가?”라는 질문의 대답은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낮고 낡은 주거지는 자본의 흐름에서 소외된다. 하지만 ‘아파트 재개발’이라는 단어 하나와 만나면, 그곳도 부동산 불패 신화에 탑승할 수 있다.
아파트는 가장 비싼 값에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다. 세대 수를 늘려 개발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관리 체계와 공동시설을 갖춘 효율적인 주거다. 도심이 발전할수록 수요는 오르고, 가격은 다시 상승하는 사이클이 이어진다.
내가 가전제품 설치 기사로 일했을 때의 경험을 떠올린다. 단독주택에서는 무거운 제품을 카트에서 내려 분해해 나르고, 골목과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반계단만 넘으면 바로 카트째 세대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이처럼 아파트는 이동과 생활에 최적화된 효율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 효율성은 동시에 자연과 도시와의 단절을 낳는다. 우리는 더 이상 길에서 마주치지 않고, 마당에서 숨을 돌리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는 시공사의 브랜드로 이름 붙여지고, 거주민은 브랜드를 통해 소속감을 확인한다. 과거의 마을이 했던 일을 아파트가 대신하는 셈이다.
기업은 소음과 민원을 피해 떠났고,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도 서울로 향했다. 남은 것은 노년층 중심의 소비 인구와, 그들을 둘러싼 아파트 단지다. 부산의 가장 큰 기업이 은행이라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이 흐름은 장기적으로 위험하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순간, 아파트는 더 이상 ‘불패’가 아니다. 그때 부산은 무엇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 고향 부산은 바다와 항구가 어울리는 도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파트가 그 자리를 점령하고 있다. 나는 매력적인 상품으로서의 아파트에 반대한다. 재개발은 상품을 파는 일이 아니라, 도시를 다시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OMA:AMO는 저명한 건축 그룹으로서 부산시의 협력과 지원 아래 재개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저명한 건축 그룹이 얼굴마담을 하기보다는 우리의 지역 건축가들에게 고민의 기회를 주며 지역 청춘들에게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 매우 높은 수준의 몇 년보다는 지역민의 삶 속의 고민의 시간이 더 길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