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초가을 002.내가 사랑하는 부산의 공간들
부산은 가로로 길고 위아래는 산으로 막혀 있어
바다 쪽으로 길게 도심이 이어진다.
가장 익숙한 공간은 서동의 미로시장 속 '손칼국수'
대략 나의 형이 엄마의 뱃속에 있을 시절부터 가족의 외식 장소.
특별할 것 없는 재료 면, 감자, 호박 하지만 잘 익은 석박지가 킥이다.
하지만 밀가루 냄새가 흐르고, 벽에는 낙서가 쌓여 추억이 되고,
다닥다닥 붙은 식탁 사이에서 전해지는 사람 냄새,
누런 창호로 어렴풋이 보이는 시장과 흐르는 사람들.
냄새와 시각이 공감각적으로, 온도는 감정을 데운다.
뭔가 고민에 잠기거나 젠틀한 도시인이 되고 싶은 순간들,
높은 엘시티 옆에 숨어 있는 시가 바.
쿰쿰한 시가 냄새가 은은히 풍겨오며, 테라스에 앉아
위스키 한 잔에 시가를 태우고, 때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면
고민이 정리되고, 끄적이는 종이 위에는 해결이 떠오른다.
은은한 쿠바풍의 멜로디, 엄청난 조각상이 배경으로 서 있어
마치 내가 조각품의 일부가 되는 듯한 탈인간화.
부산에서 가장 북쪽인 곳의 바다.
집에서 멀지 않은 어항,
동네 사람들만 오던 곳.
지금은 차박 전쟁터.
나는 원래 바닷물과 강물이 서로 만나며
들려오는 격렬하면서 차분하고,
때론 메아리치는 그 소리와
아른거리는 달빛을 쫓아 그곳을 갔다.
멍하니 바라보며 담배 한 대 태우는,
그 시간이 부산이었다.
그런 부산스러운 곳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