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발표를 대신해 구조기술사 특강과 구조 검토를 모두 끝냈다. 후련함과 동시에 마감의 압박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한편으로는, 며칠 동안 설렘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했던 날들에 종지부를 찍는 날이기도 하다.
나는 건축학을 전공하면서도 유난히 구조 설계와 계산을 좋아한다. 디자인 중심의 전공 특성상 구조는 덜 다루는 편이지만, 묘하게도 구조를 만질 때 늘 설렌다. 내가 다루는 수준이 얼마나 심오한지는 차치하고라도, 그 설렘의 원천은 결국 물리학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은 질색이었지만, 물리—특히 고전역학—만큼은 늘 짜릿했다. 힘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그 흐름을 분석해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이상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대학교에서도 구조역학은 언제나 즐거운 시간이었고 결과도 좋았다. 다만 중간고사 날에 운 나쁘게 식중독이 걸려 시험을 보지 못해 C+을 받은 건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오늘 구조 검토에서는 “가장 현실적이다”라는 평가를 들었다. 좋게 보면 합리성 안에서 설계를 하고 있다는 뜻이고, 다르게 보면 도전성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내가 진심으로 고민해온 ‘인장 부재를 이용한 얇고 넓은 행잉 슬래브’는 의도적으로 자료를 만들지 않았다. 말로만 설명한 이유도 있다. ‘매달고 케이블 엮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근자감이 나를 여전히 붙잡고 있으니까.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다음에 등장하지 않는 경험은 없는 것 같다. 내진 구조물 경진대회에 나가 수많은 구조를 연구하고, 모형을 만들었다가 진동대 위에서 산산이 부서지기도 하고 간신히 버티기도 하며 만들었던 그 ‘힘의 감각’이, 결국 지금의 설계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글을 잘 쓰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끝까지 써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 누군가의 5분 정도는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읽어주는 여러분 덕분에 나는 행복하고, 계속 쓰고 싶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