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일기-1

by 봉킹

나는 지금 대학교 건축학 전공 프로젝트로 도서관 리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술적 목표는 입면과 단면 상세도 작성을 통해 리모델링에 활용 가능한 구조·계획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최근 며칠 동안은 기계적으로 단면 상세도를 찍어내고 있다. 이 지점에서 묘한 회의감이 밀려온다.
내 주요 개념은 명확하다.
기존 도서관의 매스를 유지하되 이분할 입면을 통해 중앙 보이드를 만들어 캠퍼스를 관통하는 시야 축을 복원하고, 그동안 활용되지 못했던 채광·조망이 좋은 지점을 학생 프로그램으로 채워 공간의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것.

하지만 단면을 그릴수록 하나의 벽에 부딪힌다.
남측 증축부의 열관류율 문제 때문에 개구부 비율이 60%로 제한된 것이다.
증축 구조를 글루램 라멘조로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대구경 목재를 노출해 기존 도서관의 무거운 분위기를 덜고, 가볍고 따뜻한 인상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벽체가 지나치게 두터워지고, 입면은 점점 갑갑해진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된다.
“이 현실적 제약 속에서 사용성을 확보하면서도, 목구조의 따스한 분위기를 어떻게 최대한 살려낼 수 있을까?”

최근 크리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정도 단면 구성이면 합리적이다. 이제 구조·벽체·설비 간의 관계만 조금 더 다듬자.”
그런 말을 들으면 안도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볍지 않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스친다.
“혹시 나는 실력 없는 몽상가에 불과한 걸까?”

그러나 클라이언트라고 생각하며 대하고 있는 교수님은 프로젝트가 꽤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면서도 또다시 묻게 된다.
“나는 정말 합리적인 계획으로 내 생각을 전달하고 있는가?”

여러 가지 고민을 끌어안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뭐, 어쩌겠는가.
그것이 내가 작업을 대하는 방식이고, 또 내가 건축을 배우는 방식이기도 하다.

부디 이런 과정 끝에 만족스러운 리노베이션 프로젝트가 완성되기를.
오늘은 이렇게 ‘작업일기’라는 이름으로 넋두리를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