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병-2, 끝

by 봉킹

오랜만에 정말 깊은 잠, 늦잠, 달콤한 잠을 잤다.


꽤 짧지만 깊었던 꿈 이야기를 오늘로써 정리해두려 한다. 단지 한 가지 아쉬움이 오래 남는다.

오늘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듯 바람의 힘이 달라졌다. 유난히 매섭고 아린 찬바람이 동네를 감싸고 있었다. 이런 날은 저 높은 하늘 위로 고기압이 자리해 구름과 하늘의 풍경이 완전히 바뀐다. 구름은 더 높이 날고, 하늘은 한없이 깊은 색으로 그림을 그린다.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붉은 벽돌로 마감된 건물들이 크고 높게 늘어서 있다. 그 붉은 계열의 벽돌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시간은 해 질 녘이다. 마침 해가 우리에게 퇴근 인사를 건네는 순간, 커피를 들고 캠퍼스를 거닐었다.


붉게 빛나는 해를 마주한 붉은 벽돌의 학교는 마치 나에게도 인사를 전하듯 깊은 색감의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자연스레 그 순간을 나의 분신으로 찍어 기록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꿈이 남긴 아쉬움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만약 그것이 꿈이 아니라 일상이었다면, 저 높은 구름처럼 가볍게 그 기록을 보내며,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꿈에서 깨어버렸기에 다시는 보내지 못할 인사라는 생각이 오늘의 해와 더 깊은 이별로 남는다.


꿈에서 깨어난 뒤, 몽유병 같은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일부러 여러 일을 만들고, 때론 걷고 뛰며 몸을 혹사했다. 망설이던 연락도 다시 이어 여러 친구를 만났고, 그중에는 뜻밖의 입대 소식을 전한 동생도 있었다.

안녕이라는 인사의 본질을 건드리던 그 순간에도 나는 다른 꿈을 그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 인사의 순간에도 온전히 그 동생의 안녕을 생각하고 있었는가 하는 죄책감도 있다. 그러나 사진 속에서 서로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를 향한 나의 진심이 잘 전해졌기를 바랄 뿐이다.


장발로 만나 한없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기억되던 친구야, 짧게 자른 머리가 어색하면서도 귀여웠다. 너의 의무 속에서도 다치지 않고, 새로운 행복과 안녕이 피어나길 바란다.


이제는 정말로, 꿈에게 안녕을 전한다.

나는 그 꿈속의 인물에게 평안을 기원한다. 작품 속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이 서로 다른 잎의 높이를 가지듯, 순리대로 때론 햇살을 향해 성장하듯 잘 살아가길, 그리고 작품 세계가 더 넓어지길 바란다. 마침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가을꽃들이 얼어 시들어버린 것도 담담히 전하며.


이상하리만큼 달콤한 꿈을 꾸고 늦잠을 잤다.

밀려버린 일정이 걱정될 틈도 없을 만큼 달콤한 잠이었다.

나는 이제 꿈에서 깨어났다. 이젠 다시 건축이라는 일상의 목표를 향해 걸어가야 한다.


나의 독자들에게는 뜻밖의 붕어빵과, 달콤한 낮잠 한 번쯤 스며들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