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일기-3

내 첫 팬이 쓰라해서 쓰는 글

by 봉킹

나는 요즘 이중사고를 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리노베이션 프로젝트가 머릿속 용량의 54%, 시간의 60%를 점유한다. 하지만 나머지 40%의 용량과 10%의 시간을 차지하는 졸업전시 주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내 자존감의 근원이 되어 주는 친구다.
나는 늘 발산적 사고를 하고, 취미조차 미래를 향해 뻗듯 꿈꾸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졸업작품의 주제만큼은 조금 더 전위적이고, 사회에 작은 돌 하나라도 던질 수 있는 무언가를 택하고 싶었다. 지난 5년 동안 배운 설계 테크닉의 반복을 넘어, 내가 꿈꾸는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느낌으로. 물론, 몽상적이라 해도.
어젯밤, 쓰다 지우 다를 반복하던 제안서를 결국 교수님들께 보냈다. 예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무모한 행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과 교수님들은 저녁 시간대에 연락을 잘 받아주신다는 점을, 슬쩍 핑계로 내세워 본다.
그 제안서의 제목은
‘북한의 대중매체 보급을 목적으로 한 인민대학습당 리노베이션 계획’이었다.
구체적인 방안과 기대효과를 정리했고, 내가 이 주제를 선택한 이유 역시 그 두 가지에 담겨 있었다. 사실상 포화 상태인 SOC 기반 뉴딜 정책의 대안으로 대북사업을 상정하고, 재원은 북측 주체—조선중앙통신 등의 저작권자—를 설정해 법원의 공탁금을 활용하는 방식. 그렇게 A4 세 장 분량의 제안서를 완성했다.
교수님들은 핵심을 바로 짚어주셨다. 몽상적인 태도는 좋지만, 건축은 몽상과 그래픽이 아니라 실재적 행위이며, 관련 도면과 자료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셨다. 뼈아프지만, 사실 내가 가장 고민하던 부분을 그대로 찌르신 셈이다.
작가로서 생각해 보면, 같은 언어와 문화를 쓰는 민족이라도 한 세기 넘는 단절을 겪으면 결국 분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정보의 흐름이 꽉 막혀 있지는 않았기에 간헐적인 교류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지금의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높은 벽을 두고 있다.
왜 우리는 머리 위에 이런 불안을 이고 살아야 할까.
최근 조사를 하다 보니,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그곳은 조금 더 국가다운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듯했고, 쉽게 무너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는 그 땅 위에, 내 이름으로 된 도서관을 당당히 지어보고 싶다.
졸업작품 주제, 제안받습니다.
좀 고집스러운 편이라 경상도나 해안가 지역에서 “이 문제 한 번 다뤄보지 않겠나?” 싶은 건축·도시적 이슈가 있다면 기꺼이 살펴보고 싶습니다. 날이 추우니 목도리 챙기시고, 붕어빵 하나쯤 손에 들고 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