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사 인어

운명을 보여주는 꿈

by Keith Henry

나는 그대를 사랑했었고 그 마음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이 머릿속에 그대의 모습도 그려보건만 이것은 꿈, 상상,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대가 허구 속의 인물도,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대를 물을 수 있는 사람도 내게는 없고 그대를 만날 인연도 이제는 다했기 때문이다.


마음은 상상이 아닐진대 그대는 어째서 상상뿐인 사람이 되었나? 그렇다면 이 마음도 유령을 쫓는 상상의 산물로 봐야만 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 감정은 언제나 나의 가슴에 콕콕 박혀왔다.


이런 나의 마음을 미모사 인어에게 말하며, 나는 그녀가 뜯어주는 한 깃의 이파리를 씹었다. 그리고는 작은 갓난이가 되어 그녀의 꼬리에 난 스물네 개의 잎사귀에 감겨, 깨어나면 잊힐 깊은 꿈을 꾸었다.


[저 멀리 올리비아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언덕에 올라 해안선 뒤로 지는 주홍빛 석양을 보고 있었고 가벼운 서풍에 흔들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은 향긋한 과일향을 내게로 보내왔다. 나는 그저 가만히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사람이 아니었고 나무 혹은 아득히 먼 옛날에 세워진 사람만 한 돌기둥이었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무표정에 가까운 오묘한 표정의 미모사 인어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비아와 나, 우리 두 사람의 연을 보여주는 꿈이었다. 곧 미모사 인어는 나를 안고 헤엄쳐 뭍에 바래다주었고 가벼운 손인사만 남긴 뒤 다시금 깊은 바다로 사라져 갔다.



그 꿈에, 오직 앞부분만 기억에 남은 그 꿈에 나는 올리비아의 뒷모습에 빠져 남은 풍경들은 어느 하나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석양과 윤슬이 일렁이는 바다, 석양에 물든 언덕의 잔디와, 빛과 강렬하게 대비되는 그림자가 진 언덕배기의 마을들. 차마 내가 기억할 수 없는 꿈에서는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내 입안에는 아직 미모사 인어가 준 이파리의 찌꺼기들이 떫게 씹히고 있었고 나의 머릿속엔 아직 석양을 바라보는 올리비아의 뒷모습이 맺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