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속이는 가짜 공부와 머리에 남는 진짜 공부의 차이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태블릿 PC로 소위 1타 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틀어놓고, 팔짱을 낀 채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앉아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 강사가 농담을 하면 같이 피식 웃기도 합니다.
그렇게 3시간 동안 강의를 연달아 듣고 나면, 엄청난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오늘 하루 정말 치열하게 산 것 같기도 하죠.
그런데, 다음 날 책을 폈을 때, 어제 들었던 내용이 얼마나 기억나시나요?
솔직히 말해 보죠. 강사의 화려한 언변과 농담은 기억나는데, 정작 핵심 개념은 안갯속에 있는 것처럼 희미하지 않은가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어제 3시간 동안 공부를 한 게 아닙니다.
그저 지적인 엔터테인먼트 쇼를 관람했을 뿐입니다.
우리는 흔히 보고 듣는 것을 공부라고 착각합니다.
인강을 듣고, 책을 눈으로 읽고, 형광펜으로 예쁘게 밑줄 긋는 행위.
이것들은 모두 입력에 해당합니다.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과정이죠.
그런데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아끼려는 인지적 구두쇠입니다.
입력 과정에서 뇌는 큰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들어오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때 우리는 유창성의 착각에 빠집니다.
강사의 설명을 들으면 다 이해가 가고, 책을 읽으면 술술 읽히니까 '내가 이 내용을 안다'라고 착각하는 겁니다. 뇌는 편안하니까요.
하지만 기억하세요. 당신의 뇌가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 학습은 멈춰 있습니다.
뇌과학적으로 기억이 강화되는 순간은 정보를 넣을 때가 아니라, 꺼낼 때입니다.
머릿속에 희미하게 저장된 정보를 끄집어내려면 끙끙댈 때 뇌세포 사이의 연결고리 즉 시냅스가 단단해집니다.
"그게 뭐였지? 분명히 봤는데..." 하면서 미간을 찌푸리고 머리를 쥐어뜯는 고통스러운 순간.
바로 그 순간이 당신의 뇌가 진짜로 똑똑해지고 있는 시간입니다.
미국 국립훈련연구소(National Training Laboratories Institute)의 '학습 효율성 피라미드'에 따르면, 단순히 강의를 듣는 것의 기억 유지율은 5%에 불과합니다.
반면 배운 것을 남에게 설명하기의 효율은 90%에 달합니다.
압도적인 차이입니다.
눈과 귀만 쓰는 공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뇌를 괴롭혀야 합니다.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1단계 : 책 덮고 멍 때리기
가장 쉬운 인출입니다.
책의 한 챕터를 읽었다면 바로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마세요.
책을 덮고 천장을 바라보며 방금 읽은 내용의 핵심 키워드 3가지만 떠올려 보세요.
겨우 1분도 안 걸리지만, 이 짧은 멈춤과 회상이 장기 기억으로 가는 문을 엽니다.
2단계 : 손이 아파야 진짜다
'눈으로만 공부했어요'는 '공부 안 했어요'의 동의어입니다.
공부가 끝나면 깨끗한 A4용지를 꺼내세요.
그리고 오늘 배운 내용을 아는 대로 다 적어보세요.
막막하다고요? 당연합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기억나는 단어 몇 개라도 끄적여보고, 도저히 안 되겠으면 책의 목차만이라도 적어보세요.
하얀 종이를 마주했을 때의 그 막막함과 고통.
그것을 견디며 펜을 움직일 때 비로소 진짜 실력이 됩니다.
팔이 저리고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여야 진짜 공부를 한 것입니다.
3단계 : 최고의 공부법, '선생님 놀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은 말합니다.
"무언가를 가장 잘 배우는 방법은 그것을 가르쳐 보는 것이다"
방에 있는 곰돌이 인형을 앉혀두고 오늘 배운 내용을 설명해 보세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설명하면 더 좋습니다.
설명하다 보면 분명히 말이 턱 막히고 버벅거리는 부분이 나옵니다.
바로 그 지점이 당신이 안다고 착각했지만 실제로는 모르는 구멍입니다.
그 구멍을 발견하고 다시 책을 펴서 메우는 과정.
이보다 완벽한 공부법은 세상에 없습니다.
진짜 공부는 불편합니다.
귀찮고,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럽습니다.
편안하게 강의만 듣고 싶고, 예쁘게 밑줄만 긋고 싶다는 유혹이 계속될 겁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헬스장에서 무거운 바벨을 들 때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껴야 근육이 커집니다.
공부도 뇌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 즉 인출할 때 어려움을 느껴야 지식이 자랍니다.
오늘부터 공부의 기준을 바꾸세요.
오늘 몇 시간 앉아있었나? 가 아니라 오늘 내 뇌를 얼마나 불편하게 만들었나?로
팔이 아프고, 목이 아프고, 머리가 지끈거린다면?
축하합니다. 오늘 당신은 진짜 공부를 제대로 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