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빌런, 공부보다 릴스가 더 재미있는 건 당연하다

도파민에 납치된 충동적 꿀벌 구하기

"띵-"


적막한 독서실, 책상 위에 엎어둔 스마트폰이 울립니다.

당신의 뇌 속은 순식간에 갈등이 일어납니다.


'안돼, 지금 집중해야지. 공부 잘되고 있었잖아.'

이성적인 뇌는 마음을 설득합니다.


'1초만 확인하고 덮으면 되잖아. 급한 연락이면 어떡해?'

하지만 충동적인 뇌는 반론을 제기하죠.


승자는 누구일까요? 대부분 후자입니다.

당신은 홀린 듯 폰을 뒤집어 확인합니다.

친구의 시시콜콜한 카톡이지만 답장을 보냅니다.

그런데 온 김에 인스타그램도 한번 눌러봅니다.

빨간 하트와 짧은 영상들이 눈을 사로잡네요.


정신을 차려보니 30분이 지나 있습니다.

흐트러진 집중력, 싸늘하게 식어버린 공부 의욕.

남은 건 "왜 난 이모양일까." 하는 자괴감뿐입니다.


이 경험이 익숙한 당신. 의지박약 환자일까요?

아닙니다.

당신은 그저 호기심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꿀벌일 뿐입니다.

다만, 그 꿀벌이 지금 '도파민'이라는 달콤한 약에 취해 있을 뿐이죠.



당신의 뇌는 지금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다.


충동적 꿀벌형들의 가장 큰 적은 '지루함'입니다.

당신의 뇌는 새로운 자극을 찾아 끊임없이 더듬이를 움직입니다.

이것은 창의적이고 순발력이 좋다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공부라는 지루한 과정 앞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당신의 머릿속에서는 지금 불공정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쪽에는 전두엽이 있습니다.

미래의 대학과 취업 및 성공을 위해 현재의 인내를 요구하는 이성적인 사령관이죠

하지만 이 녀석은 에너지를 많이 쓰고 쉽게 지칩니다.

반대쪽에는 측좌핵이 있습니다.

다 필요 없고 당장 즐거운 거 내놔!라고 떼를 쓰는 본능적인 어린아이입니다.


문제는 스마트폰이 이 측좌핵에게 주는 보상이 너무 강력하다는 겁니다.

공부의 보상은 몇 달, 몇 년 뒤에나 오지만, 스마트폰의 보상은 0.1초 만에 주어집니다.


당신의 뇌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먼 미래의 불확실한 보상(공부) VS. 당장의 확실하고 강력한 쾌락(스마트폰)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뇌의 본능입니다.

즉 공부보다 릴스가 재미있는 건 당신의 인성이 잘못된 게 아니라,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니 이제 '난 의지가 약해'라는 자책은 그만두세요.

당신은 실력차이가 나는 대기업의 알고리즘과 맨몸으로 싸우고 있었던 겁니다.


의지력을 믿지 마세요, '환경'을 믿으세요

그렇다면 이 불리한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의지력을 키워서 유혹을 참아낸다? 틀렸습니다.

꿀벌형에게 참는 것은 에너지를 갉아먹는 고문입니다.

참느라 에너지를 다 쓰면 공부할 힘이 남지 않습니다.


가장 현명한 전략은 싸우지 않는 것입니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냉장고에 치킨을 넣어두고 참는 게 아니라, 애초에 치킨을 사지 말아야 합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1. 스마트폰을 감금하세요

꿀벌형의 뇌는 시야에 폰이 보이면, 무의식 중에 언제든지 볼 수 있다고 인식해 계속 신경을 씁니다.

이걸 인지적 누수라고 합니다.

공부할 때만큼은 스마트폰을 가방 깊숙한 곳, 혹은 아예 방 밖에 거실에 두세요.

눈에서 멀어지면, 거짓말처럼 마음에서도 멀어집니다.


2. 10분만 파도타기 (충동서핑)

환경을 차단해고 갑자기 "아, 그거 검색해봐야 하는데!" 하는 충동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이때 억지로 누르면 더 튀어 오릅니다. 이때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세요.

"그래, 검색해. 근데 딱 10분만 있다가 하자."

충동은 파도와 같아서, 최고조로 올라왔다가 10분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10분을 버티는 게 아니라, 파도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겁니다.


3. '잡생각 주차장' 만들기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내일모레 누구 생일이지, 생일 선물 뭐 사지?", "그 영화 주인공인 이름이 뭐였더라?" 같은 뜬금없는 생각이 튀어 오를 때가 있습니다.

충동적 꿀벌형 유형의 뇌는 연상작용이 뛰어나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지기 쉽거든요.


이때 생각을 억지로 지우려 하면 오히려 더 생각납니다. 이걸 백곰효과라고 부릅니다.

이럴 땐 책상 한구석에 포스트잇이나 메모지를 한 장 붙여주세요.

이것이 바로 '잡생각 주차장'입니다


잡생각이 떠오르면 하던 공부를 멈추지 말고, 재빨리 키워드만 메모지에 적어두세요.

그리고 뇌에게 말해주는 겁니다.

"적어 놨으니까 안 까먹을 거야, 이따 쉬는 시간에 검색하자."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생각을 종이 위로 주차시켜 놓으세요.

그러면 뇌는 '아, 처리됐다'라고 안심하고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나중에 보면 "내가 왜 이런 걸 궁금해했지?" 하며 웃게 될 거예요.


4. 타임어택 퀘스트 - 지루함 깨기

꿀벌형에게 한 시간 동안 꼼짝 말고 공부하라고 하는 건 고문입니다.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당신의 뇌를 위해 공부를 게임으로 바꿔 버리세요.


스톱워치를 준비하세요.

그리고 목표를 아주 짧게 잡고 자신과 내기를 하는 겁니다.ㄷ

"지금부터 15분 안에 수학 5문제 풀기! 성공하면 초콜릿 하나!"


마치 시한폭탄을 해체하는 주인공처럼 시간을 카운트다운 하세요.

멍하니 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쫓기듯 15분을 달리는 것이 충동적 꿀벌형에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꿀벌형의 뇌가 좋아하는 긴박감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도파민을 공부에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꿀벌이 꿀을 모으는 법

만약 당신이 충동적 꿀벌형이라면 사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번 꽂히면 무섭게 몰입하는 에너지가 있거든요.

단지 그 에너지가 새어나가지 않게 막아주는 둑이 필요할 뿐입니다.


오늘부터는 의지력 테스트를 머무고 나를 위한 울타리를 쳐주세요.

책상 위를 깨끗이 치우고, 스마트폰을 눈앞에서 치우는 것.

이 사소한 '환경 설계'가 당신의 1년을 , 어쩌면 인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자, 지금 이 글을 다 읽으셨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맞아요. 조용히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가방 속에 집어넣는 것입니다.

당신의 몰입을 방해하는 녀석과 작별 인사를 나누세요.

"공부 끝나고 만나, 안녕!"



[자가진단] 내 머릿속에 충동적 꿀벌이 살까?


"알림이 울리면 참을 수 없어!"

공부하다가 자꾸 딴 길로 새는 당신, 혹시 도파민에 중독된 건 아닐까요?

아래 항목 중 나에게 해당되는 것을 모두 선택해 주세요. (5개 이상이면 '확정'입니다.)


1. 공부하려고 앉으면 10분도 안 돼서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2. 잠깐 검색만 해야지 하고 폰을 켰다가 30분 넘게 딴짓을 한다.

3. 휴대폰 알람이 울리면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4. 공부하는 도중 갑자기 전혀 상관없는 궁금증(연예인, 뉴스 등)이 떠 오른다.

5. 책상 위에 물건이 많고 정리가 잘 안 되어 있다.

6. 계획은 거창하게 세우지만, 3일 이상 지켜본 적이 없다.

7. 공부할 때 음악을 듣거나 간식을 먹는 등 동시행동을 해야 한다.

8. 지루한 과목이나 단순 암기 과제를 할 때 유독 실수가 잦다.

9. 시험 기간에도 유튜브나 게임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10. '너는 머리가 좋은데 산만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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