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엔 공부를 방해하는 5명의 빌런이 산다

게으름이 아니라 유형이 다를 뿐이다

지난 글에서 책상 앞에서 하는 딴짓들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고, 뇌가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보낸 구조신호였다는 것을 말이죠.


하지만 도망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유혹에 약해서, 누군가는 너무 잘하고 싶어서, 누군가는 이미 지쳐버려서 도망치고 싶어서

모두 이유는 다르죠.


병원에 가면 배가 아픈지 머리가 아픈지 처방이 달라지듯, 마음의 문제도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그냥 열심히 해"라는 말이 당신에게 통하지 않았던 이유는, 당신의 마음속 진짜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엉뚱한 약만 먹어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책상 앞의 우리를 괴롭히는 '공부 빌런'은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자 이제 거울을 보듯, 천천히 글을 읽어 내려가 보세요. 이 5명의 빌런 중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한 건 누구였나요?

첫 번째, '충동적 꿀벌형'


"아, 휴대폰에 알람이 울렸다. 잠깐 확인한 하고 와야지"


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문제는 그 에너지가 공부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튄다는 점이죠.

꽃을 찾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꿀벌처럼, 이들의 뇌는 새로운 자극에 유독 민감합니다.

스마트폰 알림, 친구의 연락, 갑자기 떠오른 검색어 등은 이 꿀벌을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하죠.

딱 10분만 집중하자라고 결심하지만, 3분도 안되어 엉덩이가 들썩거립니다.

이들에게 지루함을 견디는 것은 고문과도 같습니다.


주요 특징을 알아보면

- 공부를 하다가도 수시로 딴짓을 하거나 잡생각에 빠집니다.

- 계획은 거창하게 세우지만, 작심삼일이 특기입니다.

- 게임이나 간식 등 즉각적인 보상이 없으면 도무지 움직이지 않습니다.


두 번째 빌런 걱정 인형 '완벽주의 햄스터형'


"완벽하게 못 할 바엔, 차라리 시작하지 말자."


남들이 보기엔 모범생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죠.

이들은 '100점 아니면 0점이나 다름없다'는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쳇바퀴를 도는 햄스터처럼 끊임없이 걱정하느라 정작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합니다.

실패가 두려워 준비만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거나, 시험이 다가오면 불안감 때문에 머리가 새하얗게 얼어붙어 버립니다.

이들이 공부를 미루는 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너무 잘하고 싶어서 그 무게에 짓눌려버린 겁니다.


주요 특징을 보면

- 틀리는 것에 대한 공포가 심해 문제 풀기를 주저합니다.

- 플래너를 예쁘게 꾸미거나 계획을 세우는 데 과도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 "이번 시험을 망치면 내 인생은 끝이야"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세 번째 빌런, 에너지 방전 '무기력 나무늘보형'


"어차피 해도 안 될 텐데... 뭐 하려 해?"


가장 안타까운 유형입니다. 과거의 반복된 실패 경험이 마음의 족쇄가 된 경우입니다.

서커스단의 코끼리가 얇은 밧줄에 묶여 있으면서도 도망치는 것을 포기한 것처럼,

"나는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이야"라는 무기력이 학습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책상에 앉아 있지만, 영혼은 가출한 상태입니다.

멍하니 시간을 보내거나,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해 버립니다.

게으른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엔진이 완전히 꺼져버린 상태입니다.


주요 특징은

- 성적이 올라도 별로 기쁘지 않고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합니다.

- 스스로 하기보다 누가 시켜야 억지로 움직입니다.

-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낮고 냉소적입니다.


네 번째 빌런, 내일의 나에게 미루는 '청개구리형'


"지금은 기분이 아니야. 8시 정각에 딱 시작한다!"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 알수록 격렬하게 하기 싫어지는 유형입니다.

공부가 주는 압박감을 견디기 힘들어, 스마트폰이나 침대라는 안식처로 도피합니다.


이들은 미루는 순간 느껴지는 짜릿한 해방감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5분만 쉬자."

"정각이 되면 시작하자"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그 5분은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가장 흔한 유형이자, '습관성 회피'의 전형입니다.


주요 특징은

- 시험 기간만 되면 뉴스 기사도 재밌고, 책상 정리가 하고 싶어 집니다.

- 하기 싫은 일을 생각하면 답답해서 자버리거나 게임을 켭니다.

- 닥쳐서 벼락치기를 할 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지만 늘 후회합니다.


다섯 번째,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두더지형'


"분명 다 봤는데... 왜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


누구보다 성실하게 땅을 파지만, 방향을 모르는 두더지 같습니다.

이들은 책상에 오래 앉아 있고 필기도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성적은 늘 제자리걸음입니다.


이들의 문제는 '열심히' 안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눈으로 읽고 다 안다고 착각하지만, 막상 덮고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합니다.

이걸 교육학에선 메타인지가 부족하다고 표현하기도 하죠.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시간만 보내며 '난 머리가 나쁜가 봐'라고 자책하는 억울한 케이스입니다.


주요 특징으로는

- 강의를 들을 땐 다 이해한 것 같은데 문제를 풀면 다 틀립니다.

-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못해 무작정 다 외우려 합니다.

- 오답 정리를 안 해서 틀린 문제를 또 틀립니다.





자, 당신의 머릿속에는 어떤 빌런이 살고 있나요?

혹시 "어? 나는 꿀벌이기도 하고 청개구리이기도 한데?"라고 생각하셨나요?

맞습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한 가지 모습만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두세 가지 빌런이 합세해 우리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적의 정체를 알았다는 것은, 이미 싸움의 주도권이 당신에게 넘어왔다는 뜻이니까요.

충동적인 꿀벌에게는 환경을 통제하는 덫을,

불안한 햄스터에게는 '대충 해도 괜찮아'라는 안전장치를,

무기력한 나무늘보에게는 아주 작은 성공의 사다리를 놓아주면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빌런들을 하나씩 심층 분석하고, 녀석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구체적인 심리 기술들을 하나씩 푸어보려 합니다.

가장 먼저 다룰 빌런은, 어쩌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알람이 울리면 참을 수 없는 당신, 혹시 도파민에 납치된 건 아닐까요?"


다음 편, 팔랑귀 꿀벌형 공부 빌런 길들이기 편에서 뵙겠습니다.


사족) 당신의 머릿속에는 어느 빌런이 살고 있는 것 같나요? 댓글로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