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물로 손을 씻고
차가운 물을 마셨습니다
발끝까지 시린 느낌에
떠난 추위를 떠올립니다
그때는 우리 모두 추워
서로의 온기라도 없으면 죽을 것만 같았는데
갑작스러운 봄 기운
완연한 거리에 분홍 꽃비가 내리고
누군가의 마음은 얼어붙어
아직도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슬픔은 하등 관계 없다는 듯
차가운 물보다 시린 낙화의 계절이 또 왔네요
신발장에도 남은 봄의 흔적이
일상에 채도 높은 점을 찍고
여섯 장의 꽃잎으로 하고 싶은 말
줄이고 또 줄이다 보면
차가운 물이 증발합니다
차가운 물은 뜨거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