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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Aug 20. 2024

캐리비안의 해적같은 가이드계의 해적에게 돈뜯긴 태국여행

두 번째 도둑은 귀여운 우리 첫째 망아지딸

우리의 태국 첫 여행지는 사원이었다.

사원으로 향하는 관광버스에 28명 전원 탑승.

그리고 하얀색 티셔츠에 선글라스 끼고 등장한 제비 가이드님!!

(누가 가이드고 누가 여행객인지 여행 내내 여유가 하늘을 찔렀던 배테랑!!)

태국 날씨와 문화를 브리핑하는데 오올 전문가야 전문가~~

그리고 이어지는 가이드의 여행 자랑기.


40도가 넘는 이집트에서 나이트 투어를 갔는데 하늘에 수놓은 많은 별들.

옵션비를 아낀다고 숙소에 있을 거면 여행을 왜 왔냐에서부터 시작으로

자기가 하라는 대로 따라오면 최고의 여행 선물을 안겨드리겠다고

독재 가이드를 예상하는 운을 띄우셨다.

판을 찍은듯한 관광지가 아닌 본인은 여러분의 하루를 완벽하게 세팅하게끔 시간과 날씨에 맞춰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한다며 다음 일정은 선셋이란다. 일몰시간에 맞춰 가면 경관이 죽이니 서둘러야 한다며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는데 그건 바로 옵션관광비 설명서!!


기본은 180달러

A형은 220달러

B형 풀코스는 280달러


본인이 어제 엘지주식상한가를 쳤다며 자신은 돈을 막 쓰고 싶다며 

말도 안 되는 말을 시작으로

위에 있는 파격가로 모신다고 다들 풀코스를 선택하라며

돈은 우리가 쓰는데 생색은 본인이 내는데 정말 어이상실.

관광객 모두를 B형 풀코스로 반강제 선택 쪽으로 몰아가시는데

B형 풀코스에는 마사지가 3회나 되고 아이가 한방스파를 하는 건 오버인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그건 나중에 조율하자며 빨리 우리 입을 다물게 하고 옵션관광비 설명서를 일괄수거해 가셨다.

정말이지 눈뜨고 코베인 격 그 시간은 찰나였으니

옵션설명부터 선택강요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은 듯하다.




우리를 소몰이하듯이 데려간 저녁식사자리 선셋디너식당.

영화 캐리비안해적의 해수면 같은 선셋 담은 뷰는 인정. 

도미요리부터 최상급 요리가 맞는 거 같긴 한데 맛이 어쩜 이리 없는지 마사지로 주린 배임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잘 들어가질 않았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저녁식당 같은데 여기도 옵션으로 몰아간 가이드에 빈정이 상했는지 입맛이 사라졌다.


맨밥에 도미살만 살짝 발라 대충 먹고 뷰 감상만 하다가 다시 차량에 탑승할 때 만난 미혼부팀(?) 아버님!!

B형 풀코스로 선택하셨냐고 여쭤보니 본인도 가이드 상술에 목소리를 크게 못 내고 아이들이 있으니 좀 빼주세요 하고 말았단다.

좀 냉정하게 말씀하시는데 아! 어머님과 아이들이 왔으면 우리 팀과 분위기가 티키타카 했을 텐데 아버님이라 흥이 떨어지시는구나. 우리랑 말 섞는 게 불편한 가보시다 하고 석연찮은 기분으로 그날의 마지막 스케줄인 콜로세움 공연장으로 향했다.


콜로세움 쇼는 열 살 아이가 보기엔 가히 충격적!!

게이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난감한데

전원 티팬티를 입은 듯한 야한 차림의 게이들의 쑈를 쌩눈으로 담아야 한다니~~

조금이라도 콜레세움 쇼에 대해 가이드가 귀뜸이라도 해줬다면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는 차원으로 차량에서 아이와 같이 기다렸을 듯하다.

마지막에 무대가 끝나고 밖에서 하는 포토타임에서는

어떤 아저씨가 비키니차림의 게이 가슴을 양손으로 하나씩 쥐며 사진을 찍는데

첫째에게 안 보이게끔 손으로 눈 가리기에 바빴던 어미!!

아이들 배려심 따윈 없는 가이드님의 설계에 박수를!!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가이드계의 해적에게 B형 풀코스로 돈 뜯겨

풀옵션 스케줄에 거의 매일 8시에 집합해서 9시에 숙소에 들여보내주며 시간 바쳐

군대 전지훈련 버금가는 여행 강도에 팀에서 최연소 관광객인 망아지 첫째가 병날까 봐 어미는 전전긍긍.

정말이지 몇 시간쯤은 옵션에서 벗어나 숙소나 차에서 쉬고 싶었는데 그런 자유는 1도 안 주심.

덕분에 시퍼런 멍이 든 첫째 망아지의 눈엔 다크서클까지 합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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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두덩이 멍에 다크서클에 졸음까지 쓰리콤보 획득 중인 망아지 따님 >


그리고 숨어있는 빌런, 귀여운 도둑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우리 첫째 망아지님!!

10살 아이에겐 한방스파는 무리다 싶었는데 마사지와 사랑에 빠진 망아지!!


패키지 포함사항인 마사지는 대중목욕탕을 연상!

28명이 한 방에 들어가 군대 취침방처럼 일렬로 누워 우르르 들어오는 마사지사들이 1:1로 마사지함.

하긴 무료혜택인데 더 뭘 바라니.

불만은 없었는데 미성년자는 성장 마사지라고 40달러 따로 받았다.

성장기아이들이라 어른처럼 세게 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곁눈질하니 정말 조물조물 장난치는 듯 보였다.

미혼부팀(?) 남매들은 40달러 추가 결재라고 하니 아버님 지갑사정 생각에 알아서 빠져 주시는데

우리 딸은 엄마 지갑을 처음으로 열게 해 주고 아주 고맙구나~~


그리고 이 마사지를 시작으로 여행 내내 모든 마사지에 발 벗고 나서서 받겠다는 망아지.

쬐깐한게 안마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돈 쓰는 맛을 아는구나!!

( 덕분에 3일 차에 8만 원 상당의 한방스파에도 쭈마마는 눈물을 머금고 지갑을 열었다지~~)

역시 우리 딸은 범상치가 않아 미혼부팀 남매들은 아빠만 받으라고 알아서 자리를 빼 주는데 엄마 돈 쓸 줄 아는 우리 딸은 크게 될 아이야.

굴하지 않고 본인의 욕망을 저렇게 수시로 들어 내주니 내가 너의 자존감 하나는 끝내주게 키웠구나~~

이리 눈치를 보지 않는 거 보면 ㅎㅎㅎ




제비 가이드님의 상술이 최고조로 달한 곳은 쇼핑센터였다.

여행 중간중간 들어오는 관광객들의 작은 컴플레인은 쿨하게 씹어 주시더니(?)

쇼핑센터에 가면 어찌나 다정다감 친절하게 다가오시던지

본인 말로는 돈이 아쉬워서 가이드를 하는 아니라던데 왜 그렇게 쇼핑 커미션에는 진심이시던지

풀코스 B형 결재로 1차전에는 당했지만 2차전 쇼핑에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냉정함을 유지해야겠다는 각오로 입성!!

다단계 같은 쇼핑센터 강당에 들어서는 순간 포커페이스를 위해 선글라스 딱 끼고 상술에 안 넘어가고자 맨 뒷좌석에 앉아 있으면 쪼르르 맨 앞자리 중앙에 앉는 망아지!

엄마, 여기 내가 자리 맡아놨어!! 빨리 여기 앉아!!


큰소리로 나를 불러 제껴 쇼핑센터 4군데 모두 맨 앞자리에서 수강완료함. ㅠㅠ

학교수업을 좀 저렇게 받지~~ 모범생 모드로 들어가 30분이 넘는 영업사원의 강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집중하는데 시음해 볼 사람, 테스트해 볼사람 하면 번개보다 빠르게 손을 번쩍번쩍 드는데 어미는 쥐구멍으로라도 들어가 숨고 싶구나~~~


그리고 쇼핑센터 가는 곳마다 제비 가이드를 왜 이렇게 따르는지

오리새끼처럼 1등으로 붙어 가이드님을 졸졸 따라다니며

엄마, 빨리 와!! 빨리!!


원래 쇼핑몰 가면 엄마들이 앞장서고 뒤에 느릿느릿 걸어오는 아이들을 빨리 따라 오라고 부르지 않나?!

이건 주객이 전도돼서 다른 관광객팀이 폭소를 터트렸다.

그래!! 네가 행복하다면 엄마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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