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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Aug 13. 2024

애아빠는 없고 아이 눈은 멍들고 사연 있는 모녀로 등극

5년 동안 거짓말을 한 신랑에게 서류 한 장을 내밀다 - 2부

출발 3시간 전 도착한 인천공항. 

얼마 만에 온 공항인지 많이 바뀐 분위기이다. 

첫째 망아지는 출발은 3시간 후인데 또 왜 이렇게 일찍 왔냐고 질문 폭탄. 

안에 들어가면 면세점도 있고 인천공항은 엄청 넓단다라는 설명으로 마무리~~

사실 엄마도 몇 년 만에 와서 몰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 첫째 세 돌 때 대만 간 게 마지막 해외여행이라 다 까먹었다. )

5년 만에 해외여행이라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 

오후 5시 반 출발 비행기에 무사 탑승 후 망아지는 그때부터 비행기 뜨는 거 동영상으로 찍어야 한다면서 내 핸드폰을 달라고 조름. 결국 승무원에게 제지당함. ㅎㅎㅎ

저 아이에게 이 순간이 얼마나 기억에 남을까 싶어서 딸내미의 설레발이 너무 귀여웠다. 

워낙 망아지라 해외에서 나 혼자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출발 전 첫째에게 받은 약속 아니 각서가 있다. 

(그러고 보니 난 각서 마니아인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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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틀어줘, 걷기 싫어, 가기 싫어라는 말 하지 않기.(패키지라 단체생활임을 각인)

여행 일주일 전 학교 끝나고 놀지 않고 바로 집에 오기.(출발 전 컨디션 조절을 위해)

여행 중 더 사 달라거나 더 있고 싶다는 소리 안 하기(기념품을 살 수 있게 따로 소정의 금액은 약속하겠음)


첫째의 사인까지 받았다. 

여행 내내 지켜진 사항, 안 지켜진 사항도 있지만 미리 받아놓기는 잘한 거 같다.

기분파 첫째의 짜증이 많이 줄어 나도 기분 좋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아! 그리고 2번째 사항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여행 일주일 전 학교 끝나고 놀지 않고 바로 집에 오기-출발 전 컨디션 조절을 위해)


여행 일주일 전 며칠간은 약속대로 바로 집에 귀가하다가 여행 딱 2일 전,

오늘만 놀면 안 되냐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너무 놀고 싶다는 첫째 말에 그래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겠어.

하고 보냈는데 그날 사고가 났다.

놀이터에 신나게 놀다가 약속한 귀가시간이 다 돼서 가방을 가지러 벤치로 향하다가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는데 하필이면 벤치에 눈 밑이 찍혀 퍼렇게 멍이 든 것이다. 

(조금만 위였다면 눈을 다칠 뻔했던 상황.)

그래도 떠나기 전이라 노파심에 안과에 가서 각막이 다쳤나 확인까지 하고 나서야 여행 짐을 쌌다.

그런데 멍이라는 게 당일보다 하루 이틀 지나면 색이 더 짙어진다는 사실 알고 있는가?

다음 날 학교는 가야 하는데 눈은 더 푸르뎅뎅하고 아침부터 패션 안경 쓰고 가야겠다고 어딨 냐고 난리~~

그래도 안 가려지니 쭈마마도 어디 있는지 몰랐던 내 파운데이션을 찾아 멍을 색칠을 하고 생쇼를 하고 울며 겨자식으로 등교한 망아지!! 

그리고 인천공항 출국 심사 때 아이의 퍼런 멍든 눈을 보고 보호자인 나를 유심히 바라보시는 보안팀.

:

< 아무 걱정 없는 네가 부럽구나 >


6시간 비행을 마치고 태국공항에 착륙. 

해외여행 때마다 제일 막막할 때가 다른 나라 공항에 도착할 때이다.

이젠 뭐를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멘붕이 온다.

(자유여행 내내 이런 멘붕이 올까 봐 패키지여행을 선택했다.) 

일단 짐을 찾아 사람들이 우르르 향하는 방향으로 첫째 딸내미 잃어버릴까 손을 꼭 잡고 따라갔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28명 팀이 모두 조인해서 숙소로 향하는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드디어 한국인 가이드 팀장 첫 대면!!

패키지여행 성패의 지름길은 어떤 가이드를 만나냐는 건데~~~

첫인상은 정말이지 별로였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허우대랑 말만 뻔지르르르한 스타일

한마디로 잘난 체하고 번지르르한 제비 같았다.

중간에 잠깐 아닌가 진실된 사람인가 싶었는데 연신 떠들어대는 말 끝에는 상업적인 의도가 숨어있다는 걸 알고 내 첫인상 느낌이 맞았구나 싶었다.

그렇게 제비 가이드의 현란한 말을 들으며 관광버스 30분 달려 숙소 도착. 


자정이 넘는 시간에 숙소 키를 받고 첫째랑 방에 입성!!

그리고 피곤해 죽겠는데 잠이 오질 아는 쭈마마.

다음 날 힘든 스케줄을 소화해 내려면 억지라도 잠이 들어야 하는데 법륜스님 자장가도 틀어놓고 안대를 차고 암막커튼을 치고 다 해 봤는데 잠이 통 오질 않았다. 정말 30분 정도 얕게 잔 게 다인 것 같다. 

옆에서 입 벌리고 자는 첫째를 보며 그래 너라도 잘 자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렇게 안 오는 잠은 여행 3일 차부터 잘 수 있었고 생각해 보니 

잠이 안 온 이유는 심리적인 이유가 컸던 거 같다. 

타지에 첫째 망아지랑 나 단둘이. 내가 온전히 이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데~~ 

사건 사고는 아차 하는 순간 터지는 건데(조심조심한다고 했는데도 첫째가 여행 며칠 전에 눈을 다친 것처럼)

혹여나 타지에서 아이가 아프거나 사고가 나면 어쩌지 하는 시기상조 근심에 잠을 못 잔 것 같다.


해외여행을 친구랑 같이 가봤지 어른인 나 혼자 온 경우는 처음이었던 것 같고

거기다 내가 보호해야 할 미성년자 자녀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자유여행 말고 아이의 안전이 1순위라 패키지여행을 선택한 것)

아무리 긍정적이고 즉흥적인 나라도 멘탈이 흔들려 온갖 잡생각에 잠을 못 이룬 것 같다.

나도 내가 그럴 줄 몰랐다. 삼일 만에 여행 예약한 그 포부는 어디 가고 마음은 쫄보인가 보다.


다음날 아침 6시 기상 7시 조식. 

8시 40분, 첫 관광지로 가기위해 1층 로비에서 28명 팀 모임.

버스에 오르니 다들 40대~60대.

가족단위는 없고 부부 아니면 아이를 다 키우고 엄마끼리 온 무리.

그리고 독수리 5형제 버금가는 목소리 큰 1남 4녀 남매팀.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모녀 단 둘이 간 멤버는 우리가 유일무이.

그나마 위로가 된 건 아빠가 남매를 데리고 온 가족 한 팀이 있었다는 사실.

다들 나를 미혼모로 보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위에 가족을 나 또한 미혼부로 봄. ㅎㅎㅎ

나중에 아니다 다를까 좀 친해졌을 때는 다들 하시는 말씀.


 애아빠는 없고 아이는 눈이 시퍼렇게 멍들어있고 무슨 사연 있는 모녀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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