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 29 목

2학년 겨울방학

by Chris Paik 백결

아침에 간단히 고기국수를 먹고 카트를 타러 갔다. 작년 9월 제주도 수학여행 때 정말 재밌게 탄 기억이 있어 기대되었다. 고딩들만 우르르 몰려있어서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였던 작년의 기억과는 다르게, 이번 카트는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아 트랙이 좀 평화(?)로워서 나도 노래를 부르며 여유롭게 달렸다. 그러나 핸들이 뻑뻑하고 아스팔트가 울퉁불퉁해서 손이랑 손목, 허리가 동시에 갈려 나가기도 했다. 내 앞에서 달리던 아빠가 갑자기 멈추길래 아빠랑 살짝 부딪치기도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빠의 카트 엔진이 꺼졌다고 한다. 실선에서는 추월해도 되고 점선에서는 추월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걸 지키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카트를 재밌게 타고 난 뒤엔 어떤 분위기 좋은 큰 카페에 가서 아이스티랑 치즈케이크, 바삭한 소금빵을 먹었다.

그다음 행선지는 탐라승마장이었다. 말을 타고 둥근 길을 두 바퀴 돌았다. 근데 말 등에 올라타니 시야가 딱 마인크래프트에서 말을 탈 때 화면이랑 너무 똑같아서 이게 게임인지 실제인지 약간 헷갈렸었다. 말이 천천히 걷다가 조금씩 뛸 때가 제일 재밌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말을 타면서 어떻게 활을 쐈을까? 직접 말을 타보니 선조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점심으로는 아구찜을 먹었다.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자 슬슬 집에 가고 싶어졌다. 사려니숲길에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자동으로 미끄러져 내려갈 정도로 스케이트장처럼 꽁꽁 언 길을 걷기도 했고,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전시회 ‘바람과 숲의 대화’를 감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1980년대처럼 꾸며놓은 노형수퍼마켙에 가서 구경도 했는데 우리 엄마 아빠는 신나서 막 둘러보는데, 나에게 1980년대 말은 경험해 보지 않은 너무 먼 과거였기 때문에, 딱히 추억에 젖거나 하는 건 없었다. 그래도 여행으로서는 재밌었다.

밤 9시 반쯤에 제주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청주공항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내가 창가에 앉았는데 우리나라 야경을 좀 보려 하니 군사지역이라고 창문을 닫으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호텔에서 미리 다운 받아놓은 넷플릭스 퀸스 갬빗을 봤는데 약간 남녀 둘이 므흣한 장면이 나올 것 같아서, 사람이 많은(게다가 가족들이 내 옆에 있는) 비행기에서 이걸 계속 보고 있어도 되나 조금 걱정했으나, 다행히 적당히 하다 다시 건전한 내용으로 돌아와 맘 편히 봤다.

집에 와서 레고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 모델을 조립하다가 2시가 넘어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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