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겨울방학
영화 프로젝트 Y가 개봉함에 따라 한소희와 유아를 포함한 배우들이 홍대 CGV로 무대인사를 하러 온다고 해서 채호랑 같이 영화 보러 홍대에 갔다. 아침 10시에 서정리역에서 1호선 급행을 탔는데, 열차 안에서 열심히 체스를 두느라 내려야 할 신도림역을 놓쳐 그다음 역인 영등포역에서 버스를 타고 갔다. 어차피 영화가 2시 시작이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상관없었다. 이동 시간 내내 자리가 나지 않아 허리가 아픈 게 유일한 고통이었다.
점심으로는 돈형에서 수제 돈가스를 먹고 시간이 남아 던킨도너츠에 갔다. 시내를 둘러보다가 아디다스 매장에도 들어갔는데 F1 메르세데스 후드 집업을 팔고 있었다. 너무너무 사고 싶었지만 당장 돈이 없어서 패스했다. 입시가 끝나면 반드시 살 거다.
오후 2시 15분이 되자 우리는 CGV 9층 6관에 입장했고, 곧바로 영화가 시작되었다. 도박 먹튀로 큰돈을 잃은 윤미선(한소희)과 이도경(전종서)이 토사장(김성철)의 돈을 훔쳤다가 범죄에 연루되어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영화인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한소희랑 전종서 보려고 본 거지,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아쉬웠다. 영화가 끝나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실제 평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더라. 그래도 한소희 덕에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은 즐거웠다.
몸에 힘이 안 들어갈 정도로 잔인한 장면들이 몇 있었는데 그 모든 잔인한 장면엔 황소 누님이 항상 있었다. 그래서 영화 중반부에서 황소 누님이 죽을 때 이제 더 이상 영화에서 잔인한 장면이 안 나올 거라는 생각에 약간 기뻤다.
내가 영화 한 편 보겠다고 굳이 홍대까지 온 이유가 있었다. 바로 무대인사. 무대인사 스케쥴표를 미리 확인했을 때 오늘 전종서는 못 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한소희랑 유아를 보려고 고생해서 홍대까지 온 것이었다. 근데 이런 tlqkf 소히 햄이랑 유아가 안 왔다. 촬영 일정이랑 비염 독감 때문에 한소희, 유아가 못 오고 황소 역의 정영주 배우랑 석구 역의 이재균 배우, 이환 감독만 왔다. 너무 실망스러웠다. 분명 스케쥴표에 한소희랑 유아가 온다고 나와 있었다. 싸인 받으려고 자리도 복도 쪽으로 겨우 잡고 지오다노 한소희 엽서랑 펜도 들고 갔는데 한소희가 못 왔다는 말에 그것들을 꺼내지도 않고 무대인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그냥 108분짜리 영화 하나 보러 송탄에서 홍대까지 갔다가 바로 집에 온 사람이 되어버렸다. 약간 화가 났다. 한소희한테 화가 난 건 아니고 그냥 하루 종일 헛수고한 것 같아서.
돌아오는 길엔 몸에 기운이 없어서 그런지 지하철에서 서 있기가 힘들었다. 저녁 6시 반쯤 서정리역에 도착했을 때 승학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채호랑 승학이랑 같이 고덕 버거킹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집에 왔다. 원래 걸어가려고 했다. 고덕에서 서정리역을 지나 이충고까지 걸어갔다. 근데 너무 추워서 이충고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한소희 보려고 며칠 전부터 엄청 기대했었는데,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겠다.
내일부터 죽어라 공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