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2 13 금

2학년 겨울방학

by Chris Paik 백결

아니 그러니까 윈터 조기 퇴소 안 했으면 오늘 퇴소하는 거잖아?

퇴소하고 나서도 며칠간 퇴소하길 잘했다 싶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시간이 빨리 가긴 한다. 이 감정, 고등학교 졸업할 때 똑같이 느끼겠지? 지금은 졸업까지 시간이 엄청 많이 남은 느낌이지만 이게 다 착각이다, 이 말이야. 시간이 무한히 남았다고 착각하는 게 공부에 엄청 치명적이라고.

오늘은 서울 광화문광장에 다녀왔다. 엄마가 나의 미학 탐구활동에 도움이 될 거라면서 급히 예매하셔서 가게 됐다. 세종미술관에서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보러 갔다. 도슨트가 6세기에 걸친 서양의 미술사를 재미있게 풀어주며 샌디에이고미술관에서 날아온 값비싼 원화들을 본 좋은 경험이었다. 많은 서양 미술 거장들을 알게 됐는데 그중에서 호아킨 소로야의 그림이 가장 아름다웠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화가인 클로드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 원화를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르네상스 시대에서 실제로 사용된 그림 목제 프레임을 보는 것도 좋았다. 다 깎아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너무 정교하고 예뻤다. 사실 도슨트 눈나가 가장 예뻤다

근데 한참 그림을 보는 도중에 아빠가 저녁에 수원에 있는 장례식장에 가야 한다고 빨리 보고 나오라고 하셔서 뒷부분에 있는 그림들은 거의 제대로 보지 못하고 빠르게 빠르게 지나쳤다. 빨리 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면 오히려 중세, 르네상스 미술을 보는 데에 시간을 많이 쏟지 않고 그 뒤에 있는 바로크, 로코코, 인상주의 미술을 더 많이 봐뒀을 것이다. 아쉬웠다.

곧 명절이라 차가 너무 막히는 바람에, 집에 들르지 못하고 곧바로 수원으로 갔다. 저녁엔 맘스터치에서 치킨을 먹고 나는 장례식장 주차장, 차 안에서 엄마 아빠를 계속 기다리다가 엄마 아빠랑 같이 집에 왔다. 차에서 기다리는 게 힘들었고 공부를 하나도 못 하긴 했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요즘 이탈리아에서 올림픽을 하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 평창 올림픽이랑 파리 올림픽은 그래도 꽤 재밌게 봤던 것 같은데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은 개막한 줄도 몰랐었다.

한국인 중에서는 스노보드 최가온이 금메달을 땄다고 한다.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축하한다. 찾아보니까 나랑 동갑이다. 대단하다. 가온아 너는 금메달 따라! 나는 서울대에 간다…!

[2.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 세 가지]

돈, 여자, 명예. 장난이고… 서울대, 야구(LG), 여자(여자는 찐으로). 연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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