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1학기
오늘은 학교에 갔다. 우리 학교는 1학년이 3층, 2학년이 4층, 3학년이 5층을 쓴다. 4층까지는 어찌저찌 쓸만했는데 5층을 쓰게 되니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너무 힘들다. 한 번 교실로 올라간 3학년은 움직이지 말고 하교할 때까지 교실에서 공부만 하라는 뜻인가?
아침 종이 치고 내가 좋아하는 체명샘이 들어오셨다. 순간 그 샘이 우리 반 담임인 줄 알고 약간 설렜었다. 3학년은 담임이 엄청 중요하자나. 근데 체명샘이 자기가 담임은 아니고 부담임이라고 하셨다. 오케이. 담임샘만 좀 잘 걸리면 된다. 체명샘은 대구 쪽에서 오셔서 그런지 경상도 사투리가 우리 삼촌하고 똑같다. 눈 감고 들으면 누가 말하는 건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작년 초에 이 샘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경상도 분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었다.
2월 25일 일기를 보면 예비 소집 날 우리 반에 들어오신 샘을 보자마자 내가 이분의 과목이 영어라는 걸 직감했다고 했다. 근데 시발 맞았다. 심지어 그 샘 우리 반 담임샘이 되셨다. 아니 요즘 직감이 왜 이렇게 잘 맞지? 일단 오늘 처음 뵙는 분이라서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다. 뭔가 경력도 많아 보이시고 성격도 그리 깐깐하지 않아 보이신다. 이하 영원샘이라고 부르겠다. 이로써 난 2년 연속 영어샘을 담임샘으로 맞게 되었다. 아쉽게도 영연샘은 이제 2학년을 가르치신다고 들은 것 같다. 그 샘은 담임도 안 맡으셨다.
수빈이네 9반 담임샘은 내가 이충고에서 제일 좋아하는 화정샘이다. 부럽다. 화정샘이 화학샘이라 1학년 담임 이후 만날 일이 없을 걸 알고는 있었다. 그래도 생활과 과학을 들으니까 그거라도 맡아주심 좋겠다고 내심 빌었었는데 아쉽게도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샘 중 하나인 수수샘(1학년 때 수학샘)도 다른 학교로 가셨다고 했다. 아쉽다.
오랜만에 애들을 보니 좋았다. 영훈이랑 지섭이, 성민이, 선우, 예원이 등 아는 애들이 몇 명 있었다. 반 분위기는 요리로 비유하자면 맵지도 짜지도 않는 싱거운 맛 정도? 아직 첫날이라 반 애들이 아직 본색을 드러내지 않은 것 같긴 하다. 우리 반은 미술 원반이다. 미술 선택한 애들이 다 모여있다. 작년 미술 동아리 오브제 엑스 애들이 다 우리 반으로 모였다. 이러면 좋은 게 미술 관련 생기부 활동을 좀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이 반 성적 1등은 내가 해줄겡 ㅋ
첫날이라 뭔가 정신없이 바쁠 줄 알고 딱히 뭐 공부할 걸 안 챙겨갔다. 근데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이 첫 날이라고 오리엔테이션만 짧게 하고 다 자습을 주셨다. 약간 지루했다. 내일은 완자 생윤이라도 하나 들고 가야겠다.
오늘 들어오신 과목 선생님들이 체육 빼고 전부 처음 보는 샘들이어서 좀 힘들었다. 기존에 알던 샘들이 수업에 들어오셔야 내가 편한데. 그래도 금방 적응하겠지.
새로 오신 미술샘은 키도 크고 정장도 잘 어울리고 약간 카리스마 있어 보이신다.
점심에 두쫀쿠가 나왔다. 내 돈 주고 사 먹을 일 없는 두쫀쿠를 시식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근데 꽝꽝 얼려놔서 점심시간에 못 먹었고, 비닐 포장돼있는 걸 집에 가져와서 엄마랑 율이랑 나눠 먹었다. 맛있긴 했는데 이게 진짜 시중에 파는 두쫀쿠는 아닌 것 같았다. 1학년 신입생들 기강 잡으려고 학교에서 큰맘 먹고 준비한 거 같기는 한데 약간 카다이프에서 건강한 오곡 맛이 났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내 앞에서 밥에 두쫀쿠 비벼 먹은 놈 제발 그리 살지 말아줘. 힘들어….
오늘은 그냥 학교 끝난 후 엄마 차 타고 바로 집에 왔다.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우니 바로 잠들었다. 8시부터 12시까지 잤다. 8시에 아빠가 집에 오신다고 해서 같이 문어를 먹고 자려했는데 기다리다가 잠들어버렸다. 12시에 깨니까 나 빼고 가족들 다 자고 있다. 문어는 내일 먹어야겠다. 지금은 새벽 2시 23분이다. 일기를 슬슬 마무리하고 다시 자러 가야지.
[20.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에게 어떤 칭찬을 해줄까?]
아직 딱히 인생 업적이라 할만한 무언갈 이룬 적이 없다. 오늘 살고 죽으면 좀 원통하긴 하겠다. 서울대는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