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2학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근 며칠간 그렇게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놓고 좀 지나니까 완전히 잊어버렸다. 시험 기간이 되면 평일 하루 평균 공부 시간이 대여섯 시간은 되는데, 오늘 공부 시간은 무려!! 43분!!
밤 11시 반이 넘는 시간에 43분인, 처참한 오늘 공부량에 대해 조금 핑계를 대보겠다. 우선 오늘은 목요일이므로 학교가 일찍 끝났다. 그러다 보니 라온중학교 애들 하교 시간이랑 시간이 겹쳐버린 탓에 버스가 미어터졌다. 그래서 스터디카페가 있는 서울제일병원 역에서 못 내렸다. 그렇게 더 가서 집까지 와버렸다. 집에 와서 공부를 조금 시작하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제5인격 시즌 40이 시작했기 때문에, 뭔가 업데이트 보상이 많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게임에 접속했다. 예상대로 보상이 많았는데 문제는 너무 많았다. 무슨 조각 800개를 모으면 무려 곤충학자 황금 스킨을 무료로 교환해준다는 것이었다(물론 보상이 황스인 만큼 조각 800개를 모으는 게 오래 걸릴 것이라는 생각에 좀 오래 두고두고 게임을 틈틈이 해서 보상을 받을 생각이었다). 메인 스토리도 업데이트되었길래 좀 봤더니, 세상에 이것이 정녕 내가 아는 넷이즈가 맞던가? 게임 회사인지 영화회사인지 구분이 안 되는 퀄리티에 눈물 나는 기자의 과거 스토리까지 정말 한 시간 가까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그렇게 업데이트된 메인 스토리가 끝나고 메뉴 화면으로 나가봤는데 이런 미친 스토리 관람 보상으로 아까 그 조각을 400개를 한 번에 줘버렸다. 게임을 10판 돌려서 몇 판 이기면 조각을 더 준다길래 게임을 좀 했는데(물론 10판을 다 할 생각은 없었다, 제5인격은 한판에 10분 정도이므로 10판을 하면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와, 이 씨 맨날 첫어그로 내가 하고 고생은 내가 다 하다가 또 혼자 죽는 건 나고 탈출하는 건 팀원들이고, 이거 억울해서 안 되겠다 싶어, 이길 때까지 하다 보니 어느새 10판을 다 채워버렸다(…).
현타가 왔다. 서울대 가고 싶다는 고딩이 할 짓인가? 그래서 그냥 잤다. 자고 일어나니 아빠가 마트 다녀와서 사 온 문어랑 갈비를 저녁으로 해놓으셨다.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공부하기는 더더욱 싫었다. 그래서 핸드폰하고 그네 타고 이런저런 무의미한 것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다 간 것이었다. 이제 내일부터 공부한다고 말하는 것도 질렸다. 오늘은 3시 4시에 자는 일이 있더라도 적어도 수학은 끝낼 생각이다. 공부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