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2학기
나대지 말자. 나태하지 말자. 유난 떨지 말자. 교만하지 말자. 하루라도 수학을 게을리하지 말자. 나를 믿지 말자. 다음엔 잘할 거라고 믿지 말자. 겸손하여지자. 공부하자.
수학을 망쳤다. 71.7점. 2등급도 안 나올 점수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 내가 수학 공부를 하나도 안 했었다. 그때 다 찍어서 받은 점수가 70.6점이었다. 이번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꼬박 4시간씩 수학 문제를 풀었다. 그래서 받은 점수가 71.7점이다. 허탈하다. 수학을 완전히 포기하고 시험지를 받자마자 엎드려 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찍어서 78점을 맞았다고 한다.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거짓말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진실이어도 거짓이어도 내 점수가 71점임에는 변함이 없다. 상당히 높은 대학 진학을 바라면서,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난 오히려 뒤로 가버렸다.
솔직히 내가 너무 부끄럽다. 이런 내용은 일기에 안 쓰고 싶다. 오늘 일의 큰 충격이 내게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대는 점점 멀어지지만, 피로는 점점 쌓여만 간다.
처음엔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종례가 끝나고 집에 가야 하는데도 반에 답지가 안 와서 답지를 받으러 교무실에 가던 길에 현우를 마주쳤다. 눈을 마주치자마자 현우가 가장 먼저 한 이야기는 “나, 네 개 틀렸어”였다. 현우가 네 개나 틀렸다면 시험이 아주 어려웠던 것 아닐까? 그래서 애들 점수가 전체적으로 낮아서, 71.7점이라는 점수에도 불구하고 2등급을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냥 내가 못 본 거였다.
나대지 말자. 나태하지 말자. 유난 떨지 말자. 교만하지 말자. 하루라도 수학을 게을리하지 말자. 나를 믿지 말자. 다음엔 잘할 거라고 믿지 말자. 겸손하여지자. 공부하자.
정신 차리자. 이만 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