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6 화

2학년 2학기

by Chris Paik 백결

나대지 말자. 나태하지 말자. 유난 떨지 말자. 교만하지 말자. 하루라도 수학을 게을리하지 말자. 나를 믿지 말자. 다음엔 잘할 거라고 믿지 말자. 겸손하여지자. 공부하자.

수학을 망쳤다. 71.7점. 2등급도 안 나올 점수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 내가 수학 공부를 하나도 안 했었다. 그때 다 찍어서 받은 점수가 70.6점이었다. 이번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꼬박 4시간씩 수학 문제를 풀었다. 그래서 받은 점수가 71.7점이다. 허탈하다. 수학을 완전히 포기하고 시험지를 받자마자 엎드려 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찍어서 78점을 맞았다고 한다.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거짓말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진실이어도 거짓이어도 내 점수가 71점임에는 변함이 없다. 상당히 높은 대학 진학을 바라면서,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난 오히려 뒤로 가버렸다.

솔직히 내가 너무 부끄럽다. 이런 내용은 일기에 안 쓰고 싶다. 오늘 일의 큰 충격이 내게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대는 점점 멀어지지만, 피로는 점점 쌓여만 간다.

처음엔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종례가 끝나고 집에 가야 하는데도 반에 답지가 안 와서 답지를 받으러 교무실에 가던 길에 현우를 마주쳤다. 눈을 마주치자마자 현우가 가장 먼저 한 이야기는 “나, 네 개 틀렸어”였다. 현우가 네 개나 틀렸다면 시험이 아주 어려웠던 것 아닐까? 그래서 애들 점수가 전체적으로 낮아서, 71.7점이라는 점수에도 불구하고 2등급을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냥 내가 못 본 거였다.

나대지 말자. 나태하지 말자. 유난 떨지 말자. 교만하지 말자. 하루라도 수학을 게을리하지 말자. 나를 믿지 말자. 다음엔 잘할 거라고 믿지 말자. 겸손하여지자. 공부하자.

정신 차리자. 이만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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