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3 화

2학년 2학기

by Chris Paik 백결

오늘은 하루 종일 노동했다.

오늘 아침은 역시 산뜻하게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두 시간의 댄스 연습으로 시작했다. 힘들었다. 연습하면 할수록 나빠지는 듯하다. 불안하다. 승현이는 또 몸이 안 좋다고 한다. 내일도 안 좋으면 안 된다.

학교에선 학급 부스를 하루 종일 만들었다. 창문에 붙인 신문지에 빨간 물감을 손바닥에 펴 발라 피를 표현하고(물론 나는 그건 안 했다), 칠판등에 빨간 셀로판지(어제 두껍고 짧다고 했던 그 셀로판지 맞는데, 반으로 잘라서 이어 붙이니 칠판등에 완벽히 들어맞았다)를 붙이고, 검은 비닐로 벽을 치고, 신문지로 시체를 만들고…, 등등. 학교가 끝난 뒤로도 7시 반까지 학교에 남아 열심히 학급을 꾸몄다. 어쩌면 내일이 내 마지막 축제가 될지도 모르는 날이라서 더 잘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사실 방탈출 기획부터 학급 부스 시설 구성, 스토리, 퍼즐 등등 거의 모든 기획을 나 혼자 했다. 완벽주의 성향이 너무 강해서 그런 걸까? 사실 누군가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지 못하겠다. 스토리도 내가 해야 마음이 편하고, 퍼즐도 내가 해야 마음이 편하다. 딱히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덕분에 반 애들도 편했을 거다. 물론 일 중독자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전부 해 먹었다는 건 아니다. 반 애들이랑 저녁 7시 반까지 학교에 남아 학급을 색다르게 꾸미는 건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마음 같아선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아빠에게 차로 데리러 와달라고 했기 때문에 아빠가 학교에 오자마자 나는 먼저 집에 가야 했다. 집에 와서도 밤 10시가 넘도록 추가적인 마무리 작업을 했다.

내일이 기대된다. 내가 구상한 대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 중학교 2학년 축제 때, 우리 반은 학급 부스로 무슨 바? 암튼 뭐 음료 만들어 파는 걸 했었는데, 1부 2부 놀지도 못하고 안내데스크에서 열심히 일한 내 노력이 무색해지게, 음료 만드는 놈들은 손님을 받지도 않고 자기들 친구들을 불러서 자기들끼리 먹고 마시고 놀고 자빠졌던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내일은 부디 그런 일이 없기를. 아 그리고, 댄스… 성공적으로 마치기를!

지금 이 일기를 하ᆞ간글 프로그램으로 쓰고 있는데 쓰면 쓸수록 열받는다. 한글 이 새끼들은 내 글에 빨간 밑줄 다는 맛으로 사는 것들 같다. 그냥 넘어가도 될 만한 것들을 굳이 굳이 꼬투리를 잡아서 “너 이거 틀렸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문장 한 줄 쓰면 빨간 줄이 두세 개씩 달린다. 그렇다고 뭔가 큰 걸 틀리는 것도 아니다. 안내데스크나 스토리같이 외래어를 사용하면 얄짤 없이 빨간 밑줄을 긋고는 안내데스크를 접수대로, 스토리를 이야기로 바꾸라고 지시한다. 방금도 ‘얄짤 없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 새끼들 또 이것도 밑줄을 쳐놓고 ‘예외 없이’로 바꾸라고 한다. 개열받는다. 이게 뭐 국어 교과서인 줄 아나? 또 그렇다고 얘네가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분명 뭔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오류가 없는데 밑줄이 쳐지길래 응? 뭐가 틀렸다는 거지? 싶어 확인해 보면 수정 사항이 아무것도 안 뜬다. 그러면, 그 사이에 커서를 두고 스페이스 바를 한 번 눌렀다가 백스페이스 바를 한 번 눌러 되돌아가면 밑줄이 사라진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밑줄을 쳐놓고선 ㅋㅋ 아님 말고~식으로 가는 거다. 와…. 이런 현상이 매일매일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글을 쓸 때마다 100%의 확률로 일어난다. 일해라 한글과컴퓨터. 확 그냥 구글 독스로 갈아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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