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2학기
최고의 동기부여는 본인이 이뤄낸 가능성에서 비롯된 희망이다.
오늘 담임 샘과 대학 진학에 관해 상담했다. 1학년 1학기부터 2학년 2학기 종합 성적 및 생기부를 보며 서울대 디자인과에 갈 수 있는지 얘기를 나눴다. 우리 담임 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학 진학 상담할 때 한정으로 파워 대문자 T가 되셔서 팩트로 학생들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그런 분인데 이번에 상담하면서 성적을 조금 급하게 올려야 한다는 것 말고는 대부분 좋은 얘기만 해주셨고 프로그램 지표도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내 평균 등급(1.85)은 경쟁력이 약하지만, 생기부나 세특, 행특 내용은 나름의 경쟁력이 있어 가능성은 있다는 거다. 하나, 방심은 금물. 서울대 디자인과 수시는 전국에서 딱 7명만 뽑고 작년 기준 경쟁률이 27이나 되는 미친 학과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좀 보인다고 대학 합격을 확정 지은 것처럼 안일하게 놀고먹다가 실패의 쓴맛을 맛보는 불상사만은 필히 피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희망이 되려 내게 독이 되게 하면 안 되고 동기부여 삼아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오늘 5, 6교시에 무슨 연극단 같은 사람들이 학교에 와서 연극 공연을 했다. 나는 상담 때문에, 앞에 한 30분만 보다가 나왔다. 교무실에 가서 상담 이제 막 시작하려는데 갑자기(뭔진 모르겠지만) 선생님들끼리 무슨 회의? 같은 걸 해야 한다고 나보고 교실에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그래서 교실에서 기다리는데 사회 샘이 문을 드르륵 여시더니 약간 가만히 나를 노려보셨다. 연극 시간에 몰래 빠져나와서 교실에서 혼자 노는 학생을 잡으러 돌아다니시는 듯했다. 물론 나는 담임 샘께 허락을 맡아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바로 알겠다고 하시면서 뒤돌아 가셨지만 그 나를 노려본 잠깐의 시간이 진짜 개무서웠다.
어제 하루 종일 쓴 독서 교과 세특 보고서를 독서 샘께 제출했더니 내일 발표도 하자고 하셔서 급히 점심시간에 발표 ppt를 제작했다. 근데 독서 샘이 갑자기 무슨 공정성의 이유(사실 잘 기억이 안 난다…)로 생기부에 쓸 수 없다고 하시는 거다!! 보고서랑 ppt 다 준비됐는데! 근데 뭐 내가 뭘 할 수 있지? 그냥 알겠다고 하고 보고서를 돌려받았다. 좀 허탈했다. 사실 이게 생기부 기입이 될지 안 될지 불확실해서 많이 고민하면서(기껏 써서 제출했는데 빠꾸먹으면 안되니까) 보고서 작성을 미루고 미루다, 엄마가 그래도 일단 쓰라고 해서 써서 제출한 건데 결국 이리 됐네….
상담이 끝나고 체육관으로 돌아가니 타이밍 맞게 연극이 끝나서 자리에 앉자마자 10초 후에 다시 일어나 교실로 돌아갔다.
7교시엔 담임 샘이 무슨 꽃 만들기 키트를 가지고 오셔서 그걸 했다. 여러 가지 종류의 꽃이 있었는데 나는 덴지가 레제한테 건넨 꽃인 데이지를 골랐다. 처음엔 별생각이 없었는데 하다 보니 재밌어서 몰입해서 하게 됐다.
연말 시즌을 보내고 있긴 하다만 기대했던 것보다 뭐가 없다. 뭔가… 연말 특유의 몽글몽글하고 건조할 정도로 따뜻한 기류(?)가 있어야 하는데 그딴 게 없다. 눈이 안 오는 게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싶다.
아 야구장 가고 싶다.
아 연애하고 싶다. 근데 연애하면 안 돼. 근데 하고 싶어. 근데 하면 안 돼. 근데 사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긴 한데 그래도 안 돼. 근데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