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2학기
오늘은 학교 끝나고 비전동에 갔다.
애니고 입시 할 때 질리도록 다녔던 SU2 미술학원에 가서 서하, 미니, 예은이를 보고 실장님과 한나 샘, 나영 샘도 오랜만에 만났다. 세 분 다 2년이나 지났는데도 나를 보자마자 기억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트레비앙~
비전동에 간 이유는 따로 있다. 지식재산 일반 사업 발표회 할 때 우리 조 회사(BaseAid)가 야구 회사 컨셉이라 야구복을 맞춰야 했는데 그때 에녹이한테 빌린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돌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SU2에서 친구들이랑 있다가 에녹이한테 학원 근처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고 서하, 미니, 예은이랑 안녕 인사를 한 뒤에 1층으로 내려가 에녹이를 만나 유니폼을 돌려줬다.
에녹이랑 저녁을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는 마라탕이라 그런지 너무 자극적이고 속이 더부룩해서 거의 못 먹었다. 마라탕집에서 나온 뒤엔 와플대학이랑 메가커피에 들러 와플과 핫초코를 먹으며 오랜만에 에녹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SU2 학원가에 오니 옛날 생각이 막 들고 기분이 묘할뻔했지만, 주변 상점과 분위기가 2년 전과는 너무나 달라져서 이질감이 가장 먼저 들었다. 약간 어떤 느낌이냐면 어릴 적 다니던 초등학교에 갔는데 선생님들이랑 학교 시설이 싹 다 바뀌어서 겉껍질만 익숙하고 이상하게 이질감이 드는 느낌 ㅇㅇ. 아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던, 롯데리아 옆에 있던 컵과일 팔던 집이 사라졌다. ㅠㅠ 잘 가시오, 내 사랑(이었던 것)….
에녹이랑 헤어진 뒤에는 1199번 버스를 타고 지제역에 간 뒤, 1호선을 타고 진위역에서 내려 1522번 버스를 타고 집까지 왔다.
요즘 체스 두는 게 재밌다. 어제 새벽부터 시작해서 오늘 하루 종일 체스만 주구장창 했다. 난이도별 AI랑도 하고 매칭 돌려서 온라인으로 사람들이랑도 하고 동완이, 현재, 다훈이 등 친구들이랑도 했다. 체스는 출시된 지 몇백 년은 더 된 게임이라 고이고 썩은 고수들이 넘쳐나서 발을 들이기가 좀 무서웠다. 근데 몇 판 하다 보니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구사하는 맛이 너무 맛있어서 빠져들게 됐다. 이기면 짜릿하고 지면 화가 난다.
수많은 오프닝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프닝은 스콜라 메이트(1.e4 2.Qh5 3.Bc4 4.Qxf7+)인데 너무 허술하고 아무도 안 당해줄 거 같은 전략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체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 입장에서 만나는 상대도 전부 초보이기 때문에 다섯 번 중 세 번은 당해준다. 혹여나 2.Qh5를 올렸을 때 상대가 2...g6로 방어하면 3.Qxe5로 상대의 전진 폰을 먹고 상대가 3...Be7으로 방어하면 나는 4.Qxh8로 상대 룩을 잡아 상대의 배 깊숙이 칼을 찔러 넣은 채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마저도 점점 점수가 높아지고 상대 수준이 올라가면 안 먹히겠지만 먹힐 때까지 써먹자는 생각이다. 뭐, 이 전술이 안 먹힐 때가 되면 내 실력도 올라 있겠지.
2025년의 마지막 날이다. 2025년의 나는 어땠지? 분명 1년 전, 2024년을 마무리하며 한 해 동안 공부 태도가 엉망이었기 때문에 2025년도에는 좀 더 열심히 공부하려 다짐했었다. 그런데 냉철하게 평가해서 2025년의 나의 공부 태도는 2024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서울대를 목표로 두지 않았고 그냥 공부 잘하는 현우 따라, 기백이 따라 공부하려고만 했던 것 같다. 1학년 때 현우랑 기백이랑 같은 반이 되지 않았더라면 내신 1점대는 할 수 있었을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난 내신 1점대를 유지했고, 비록 빈약하나 서울대 디자인과에 갈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99% 은혜다.
이제 나는 목표도 명확하고 목적지도 명확하다. 손에 지도를 들었다. 고등학교 공부도 처음이 아니다. 2026년 1월 한 달간에는 윈터스쿨도 날 기다리고 있다. 2026년은 2024년, 2025년과 확실히 다르다. 정말 다르다. 내 의지도 다르다.
이 성대한 한 해를 완성하기 위해선 우선 철저하게 지켜야 할 규칙들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공부에 미쳐야 할 필요가 있다. 게임, 야구, 체스 등 모든 오락을 끊고(특히 시험 기간에는 더 엄격히), 머릿속을 하나부터 열까지 공부로 채워야 한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과 꾸준함으로 상황과 내 상태에 맞게 알잘딱 공부 계획을 세워 지킬 거다. 일단 스카를 끊고 학원 다니듯이 학교 끝나면 집에 안 들르고 바로 스카로 가서 이어폰을 다 가방에 집어넣고(공부할 때 이어폰 끼고 있으면 진짜 공부가 안된다.), 풀 집중 상태에 집착하다시피 공부에 몰입할 거다. 당연히 목표는 1학기 내신 평균 등급 1에 수능 최저 3합 7까지.
우선 국어 같은 경우 1학기 내신 과목은 언매인데, 인강과 자습서를 비롯하여 여러 문제집을 활용하여 열심히 내신을 준비한 다음 할만하면 수능 선택까지 언매를 준비할 거다. 그리고 수학 같은 경우 내신과 수능 선택이 확통으로 같아서 현우진 시발점 + 시발점 워크북 + 마플 시너지 문제집 n회독으로 기본기를 잡은 후 수능 문제까지 건드려보며 고난도 문항에 도전할 거다. 수학은 하루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영어 같은 경우 매일 26초 앱과 vocat 단어장 앱으로 단어를 익히고 반복적인 기출 문제 풀이로 수능 등급까지 잡을 거다. 영어는 딱히 선택이 없어 부담이 덜하다. 수능 영어를 고정 1등급 받을 정도까지 실력을 올려놓으면 내신 1등급은 무리 없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생윤 역시 내신과 수능 선택이 같아 완자 + 수특 + 마더텅으로 개념과 문제 풀이 감각을 동시에 익힐 거다. 1학기가 끝나면 또 다른 수능 사탐인 윤사까지 합세하여 공부를 병행할 거다.
계획이 좀 추상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거, 나도 안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하늘이고 내가 현우고 내가 기백이다… 생각하며 진짜 전교 1등을 목표로 공부해보겠다.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계획을 조금씩 수정하고 보충해 나갈 생각이다. 그 모든 과정을 매일매일 이 일기에 담겠다.
2026년을 나의 해로 만들고 싶다. 2026년 한 해 동안 다음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할 거다. 서울대학교 입학하기, 여자친구 사귀기(대학 발표 이후), 그리고 LG트윈스 우승(이건 기도 메타). 지현아 미안하지만 26시즌도 우승은 LG야
나는 할 수 있다.
꿈이 큰 만큼 그 짊어져야 할 무게가 무거운 것은 당연하다.
안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