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 13 화

2학년 겨울방학

by Chris Paik 백결

윈터스쿨 4일 차.

현우진의 시발점 – 확률과 통계(새교육과정의 기본)의 10번째 강의 Theme 3. 중복조합 8분 4초부터 보면 현우진 샘이 우진 카페로 드립을 치시는데 너무 웃겨서 하마터면 자습실에서 소리 내서 뿜을 뻔했다. 여기서 들어서 웃긴 건지 밖에 나가서 들어도 웃길지는 모르지만, 아 오늘 자기 전에 생각나서 실실 웃을 것 같다. 장인정신 ㅆㅅㅌㅊ 인정이야~

문학 수업을 들었다. 첫 시간이라 아직 진도는 안 나가고 수능 국어와 관련하여 유용한 정보들을 계속 풀어주셨다. 처음엔 집중해서 들었는데 어제 늦게 잠들어서 그런지 30분쯤 지나니 눈이 감겨서 좀 졸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국종 샘이 재밌는 얘기를 들려주셨다. 국어 등급 받는 걸 여자 꼬시는 것과 비유해서 설명해주셨는데 웃기고 재밌어서 잠이 확 깼다. 국어에서 등급을 받는 건, 마치 여자와 사귀는 것과 같다. 이때 1등급은 카리나이고, 6등급은 이국주다(ㅋㅋ). 수험생의 경우 외모가 등급으로 치환되는데, 1등급을 받는 학생은 연애 시장에서 외모가 차은우인 거소, 4등급을 받는 학생은 외모가 그냥 내 얼굴인 거다. 공부법은 뭐 여자 꼬시는 법 내지는 소개팅 실전 스킬로 보면 된다. 선생님이 얘기해주셨을 때는 분명 재밌었는데 내가 다시 설명하려니 노잼이라 이 뒤는 뭐 더 설명 안 하겠다. 길게 쓰려니 손목이 아프기도 하고.

현재 시각 오후 6시 9분. 1분 뒤 석식 시간 종이 친다…라고 쓰는 도중 종이 쳤다. 여기가 아무리 힘들어도 밥만큼은 맛있다. 먹고 와서 일기 이어서 쓰겠다.

현재 시각 오후 9시 42분. 밥을 거의 먹지 못하고 다 버렸다. 고기 곰탕이 나와서 아무 생각 없이 밥을 말아 한 숟갈 먹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엄마가 집에서 해주던 곰탕이랑 맛이 너무 똑같아서 순간 엄마 생각이 났다. 눈물이 안 멈추길래 얼른 다른 생각으로 엄마 생각을 덮으려고 단어장을 펼친 뒤, 고개를 푹 숙여 단어를 외웠다. 근데 옆에서 현우가 밥 안 먹냐고 툭 치자마자 결국 울음이 터져 나왔다.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은데 보고 싶다는 말도 못 전하고 마음속에 묵혀 둘 날이 아직 30일은 더 남았다는 사실에 펑펑 울고 싶었는데 맘 편히 울 곳도 없고 20분 뒤 석회가 있어 눈물을 그쳐야 했다. 근데 눈물이 안 그쳐졌다. 어찌 됐든 석회는 가야 했기에 석회 1분 전에 폭풍 세수로 눈물을 가리고 교실로 들어가 담임 샘이 앞에서 뭘 얘기하시는지도 모른 채로 구석에 쭈그려 수학을 풀었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 진짜로 힘들까 봐 속으로 안 힘들다고 스스로를 세뇌했는데 그 덕에 괜찮은 줄 알았지만 실은 마음속에 계속 쌓이던 것이었나보다. 한 번만 맘 편히 울고 싶다. 자습실에서는 못 운다. 보는 눈이 많고 코훌쩍이는 소리가 시끄럽다. 밖에서도 못 운다. 스케줄 때문에 밖에서 오래 있을 수가 없고 어디 숨어서 울 곳도 없다. 숙소에서도 못 운다. 방음이 하나도 안 된다. 여기서 제일 힘든 건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거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다. 오늘도 참다 참다 터진 건데 그 감정을 다 터뜨리지 못하고 석회랑 야간 자습 때문에 다시 속으로 삼켜야 했다. 현우한테도 미안하다. 이렇게 버틴다고 진짜 서울대에 갈 수 있을까?

어제 좀 힘들다고 일기를 너무 길게 써서 오늘은 그렇게 안 하려 했다. 그래서 일부러 오늘 일기는 현우진 샘이 웃겼다, 국종 샘 비유가 웃겼다… 이런 이야기로만 쓰려했다. 나도 내 감정이 이렇게 터질 줄 몰랐다. 당장 엄마 얼굴 안 봐도 되니까 그냥 보고 싶다는 말만 전하고 싶다. 이 안에서 엄마랑 연락할 방법이 없다.

나도 참 웃긴다. 고3이나 돼서 공부하겠다고 지 발로 기어들어 가 놓고, 엄마한테는 윈터스쿨 비용 330만 원 부담하게 해놓고 한다는 게 힘들다고 찡찡거리면서 울고 일기 쓰고…. 나도 이런 내가 싫다. 다른 애들 다 잘하는데. 친구 없이 혼자 온 놈도 있고 여기서 1년 2년 생활하는 재수생도 있는데. 그에 비해 나는 현우랑 같이 입소했고, 이제 겨우 4일 차다. 여기서 더 울면 내 처지만 비참해진다. 울지 말자. 이제 정말 이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이야기(윤리 샘이 어땠다느니, 90분 동안 오줌을 참느라 입안이 바싹 말랐다느니 하는)를 하는, 진짜 일기 같은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자. 운다고 달라지는 게 없다. 그렇다고 퇴소? 330만 원 주고 기껏 보내놨더니 아들놈이 일주일도 못 버티고 힘들다고 조기 퇴소? 엄마 아빠가 진짜로 그걸 좋아하실까? 환급도 안 되는걸? 여기에서 나는 그냥 개ㅈ밥이란 걸 깨달았으니 이제 입 닥치고 겸손하게 공부만 하자.

고1이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하자마자 고3 졸업을 기다리지 않듯, 나도 더 이상 퇴소를 생각하지 않겠다. 어렵겠지만 노력해보자. 공부하러 들어왔으니 미친 듯이 공부만 하고 나가자. 오늘을 잊지 못할 거다. 잘하자.


국어 | 2시간 54분 28초

수학 | 4시간 01분 24초

영어 | 1시간 20분 51초

윤리와 사상 | 2시간 02분 57초

합계 | 10시간 19분 4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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