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풍경 속에서, 다른 시간과 취향을 마주하다.
일요일이면 차를 몰고 아내와 함께 가까운 곳으로 나갑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아니라, ‘취향이 느껴지는 공간’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한 카페를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을 ‘중세풍 카페’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중세 유럽풍 카페 로엘'
행주산성 근처에 자주 들르는 먹거리 지역. 네비게이션을 켜고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잘못되었지?
내비를 따라 다시 이동하니,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라는 안내가 나옵니다.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점점 이상한 것들이 보입니다.
철공소, 정체를 알 수 없는 장식들, 그리고 벽의 화살표.
“이게 뭐야?”
그 화살표를 따라가 보니, 도로 끝에 카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바로 옆 빌딩 1층. 유리창 너머에 기묘한 물건들이 눈에 띕니다. 평범한 건물인데, 금색 장식들이 묘하게 낯선 느낌을 만듭니다.
"입구가 어디야?" 아내가 말합니다. 잘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돌아보니 모서리에 들어가는 곳이 보이네요.
3층짜리 건물. 일반 주택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입구에 놓인 이집트 황금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플라스틱이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거기에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네." 아내 말에 살펴보니 '1층에서 주문하고 2층에 갈 수 있습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3층 건물이지만, 엘리베이터도 있는게, 뭔가 배려하는 느낌도 듭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상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샹들리에와 고가구, 다양한 물건들.
분명 고풍스럽습니다. 딱 보아도 꽤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중세지?”
여기저기 뒤섞인 물건들. 유럽풍 가구 사이에 놓인 신라 금관, 고풍스러운 그릇 사이의 기묘한 장식들.
통일감이 없습니다.
그러다 수집품 사이의 팻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랫동안 수집한 물건으로 구하기 힘든 것이 많습니다. 눈으로만 즐겨주세요.”
그 문장을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곳의 물건들은 카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모아온 것들, 그저, 좋아서 모은 것들입니다.
그 순간, 이곳이 여러 지역을 오가며 물건을 모아온 사람의 거실처럼 느껴졌습니다.
“대항해시대 베네치아 상인의 거실”이라는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2층에 올라가 자리에 앉아 봅니다.
바로 옆에 작은 탁자가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가방을 내려놓게 됩니다.
누군가가 이 자리에 앉을 사람을 생각해 두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정리된 전시가 아니라, 시간이 쌓인 풍경입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 안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리고 한쪽에, 따로 마련된 공간이 있습니다.
카페와는 분리된, 입구처럼 보이지만 다른 용도를 가진 장소.
그곳에는 커다란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샹들리에 아래, 혼자 앉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거기에 앉아 보니, 자세가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편하게 앉기보다는, 약간은 기대고, 약간은 내려다보는 느낌.
그 자리에 앉는 순간, 이 공간의 주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다른 공간에서는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이 됩니다.
같은 공간 안에서, 조금씩 다른 위치에 서게 됩니다.
이곳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르는 카페라기보다, 잠시 다른 자리에 앉아보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자주 찾게 되는 곳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번 들어오면, 예상보다 오래 머물게 됩니다.
이 공간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난 공간, 자기가 아끼는 물건들을 창고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장소,
무엇보다도, 자주 찾지는 않지만 한 번 들어오면 오래 머무르게 되는 곳.
그 점에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개인 도서관의 마음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문득 생각해 봅니다. 만약 내가 이 공간을 꾸민다면, 과연 어떤 느낌이 될까 하고 말이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돌아 나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중세풍’이라 부릅니다.
덕분에 저는 이곳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름이 이 공간을 설명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레트로나 중세풍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공간의 다른 이야기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제 글을 읽고 호기심이 생긴 분들을 위해서 지도 링크 안내합니다.
개인 도서관을 운영하며, 인간의 마음과 세계관을 이야기합니다. 인간의 문화, 사회, 작품에 담긴 마음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그 세계관을 통해 태도와 지성을 생각합니다.
이러한 마음에 공감하며 나누고 싶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