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aero_내가 사랑해야 할 것은, 나
처음은 누구나 무섭고 두려운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처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때, 그때 느꼈던 감정. 눈앞의 색이 총천연색으로 꽃 피우며 바뀌는 것이 체감되던 그때. 나는 그때를 기억한다. 내게 첫 출근이 그랬다.
첫 출근이 주던 설렘과 기대감이 기억난다. 학교를 다니면서 편하게 걸치던 청바지와 후드티 따위와는 전혀 다르게 정장 바지가 살갗에 닿는 차르르 떨어지는 느낌과 걸을 때마다 얼마간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드는 살짝 높은 굽의 구두. 내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옷차림은 나 스스로를 한 사람의 일원으로서 똑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런 게 어른이구나 하고 착각했더랬지. 나는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 어떤 어려움이 닥친다면 어느 드라마 주인공처럼 지혜롭게 타개해 나갈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막상 현실에 닥치니 그런 각오는 금세 마모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조금은 뻔뻔해져도 괜찮을 만큼의 젊은 치기처럼, 미생에서도 장그래가 과장님에게 ‘모르니까 알려주실 수도 있잖아요’ 하고 읊던 대사처럼 나 또한 그게 당연한 거라 생각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 나가는 과정은 괴롭기도 했지만 어떻게 하면 내가 할 수 있게 될까 고민도 하고 노력도 하던 열정이 그득그득했던 시절이었다. 그래, 어리기에 부딪혀 나갈 수 있는 힘이 그땐 있었다. 내 눈에는 어른들로 보이는 그들도 더 어렸던 시절이 있었겠지. 그들도 첫 출근을 하며 꿈을 키워 나가던 때가 있었겠지-하며.
지금은 그저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쳇바퀴 인생을 지겨워하는 평범한 생활에 신물이 났지만, 그래도 처음이 주는 그 설렘과 에너지는 지금도 못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