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일상의 효정 - 붙잡지 않으면, 정말 사라질 것 같아서

by Bi jou

나는 전 직장에 서운함이 많았다.

특정한 그 사람과 부딪힐 때마다 나는 남들 모르게 내 감정을 쏟아내는 감정 쓰레기통 일기를 애용해왔다. 그 사람은 그저 귀가 간지러웠을 뿐일테지만, 나에게는 그런 사소한 것들, 말투, 내게 보이는 제스쳐, 눈빛 하나하나 모두 상처가 되었고 내 가슴 한 켠의 무거운 추가 되어 나를 점점 가라앉게 만들었다. 그렇게 쌓인 내 감정 쓰레기통은 충실히 그 역할을 다했고 나중에 들춰봤을 때 더이상 찡그리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로 지금은 충분히 무뎌졌다. 주변사람들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할 때도 그때 당시에만 내 기분이 풀릴 뿐, 내일도 그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그저 터지지 않는 한숨을 끌어안고 있어야 했었다.

쌓인 이 쓰레기들을 어딘가에 풀어놔야 괜찮았었을까? 아무도 모르게 눈치도 못채고 이게 자신들의 이야기인줄도 모르게 가공하고 또 가공해서 여느 회사에서 있었던 어이없던 일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던 네컷만화 처럼 그렇게 세상에 내보냈어야 위로가 되었을까.

지금은 그저 그런 사람을 다시 만난다 한들 조금 단단해진 내 외피에 만만하게 당해주진 않을테다 하는 마음이지만. 잘 모르겠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하니 나는 그런 때가 오더라도 멍청이처럼 당해주고 있을 것만 같다.

시름시름 앓는 풀떼기처럼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혹여나 어떠한 트집거리라도 잡히지 않기 위해 맡은 바 최선의 노력을 다해 일했었다. 하지만 그런 내 노력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을 테고, 그 사람에게 나는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 여직원이라 이렇든 저렇든 어떻게든 나를 꼬집어 댔을 것이다.

사람의 관계란 참 어렵다. 한번 마음을 준 상대에겐 간, 쓸개 뭐든 내어줄 듯 굴면서 한번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하면 점점 그 사람이 미워지는 거다. 어딜가나 겪는 인간관계. 시작이 내가 되었든, 상대가 되었든 변함이 없는건 어느 한쪽이 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절대로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거.

너무너무 싫지만 딱 하나 그 사람에게 고마웠던 점은 있었다. 기억력이 좋지 않냐는 핀잔을 나이 30대의 나에게 치매약을 먹어야하는거 아니냐는 말로 하는 그 사람에게 어이가 없기도 하고 정말 이 따위 말까지 들어주는게 사원의 일인가 싶은 현타가 왔지만 이악물고 몇날 몇시 어떤 상황에서 누구의 지시로 이렇게 인계를 받았다 혹은 이런 일이 있었다 라는 걸 집착적으로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더니 지금의 직장에서는 도리어 환대를 받는 탁월한 내 장점이 되어 있었다.

그래- 좋은게 좋은거라고. 나만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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