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후루루루룩 후루루루룩
국수를 먹을 때마다 이런 소리가 요란하게도 난다.
국수를 한 젓가락 집어 고개를 숙이면 나의 긴 생머리도 같이 내려와 난감했던 적도 꽤나 많다. 왼손은 젓가락질하느라 바쁘니 이미 한입 먹는 순간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정말 아찔하다. 아무리 반대손으로 머리카락을 고정시키려 해도 소용없다.
머리를 묶으면 될 터인데 손목 위에 있어야 할 머리끈이 없었다 ㅎㅎ
TV 속 등장인물들은 나보다 긴 머리를 묶지 않고도 아무렇지 않게 우아하게 국수를 먹는다. 요란한 소리도 없이 말 그대로 우아하게 말이다. 한 손에는 젓가락, 한 손에는 숟가락을 들고 양손으로 야무지게. 내게 이런 모습은 아주 어려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었나 보다. 한 손으로 면치기를 할 수밖에 없던 나는, 이런 모습이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 밖에서는 국수를 먹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매번 하면서도 국수를 포기하지는 못했다.
내게 양손으로 식사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머니는 재활의 의미에서 내가 오른손으로 숟가락질하기를 바라셨고,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하도록 하셨지만, 멋 모르던 내게는 스트레스였을 뿐, 그 이상의 의미가 되지는 못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5살이라는 나이를 먹고도 깔끔하게 숟가락질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너무 수치스러웠다. 특히, 모두가 모인 명절은 견뎌내기에 너무 버거웠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잘 되기를 바란다는 이유로, 나의 먹는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 당시 공기가 너무 무거워 모두가 눈치를 보던 탓도 있었다. 오른손으로 밥을 먹지 않으면 어머니께 혼이 났고, 나는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울먹이며 밥을 먹어야 했다. 당시에 '수치'라는 단어만 몰랐을 뿐, 그 감정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날 가끔 찌른다. 손녀의 그런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외할머니는 우리 엄마에게 그만하라고 하셨다. 그때 이후로, 나의 오른손 숟가락질 프로젝트는 막을 내렸고, 나는 비로소 식사 시간이 즐거웠다.
그런데 이젠 무척이나 해내고 싶다. 오른손으로 숟가락질을 깔끔하게 못하는 모습이 부끄러운 것보다 깔끔하고 우아하게 면요리를 먹고 싶다. 언제까지나 면치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예전에는 숟가락을 국에 담그고 면을 올린 다음, 다시 왼손으로 먹었다. 하지만, 이젠 변해보려고 한다. 그 계기가 되어 준 곳이 바로 이 식당이다.
나의 단골 식당인 이 우동집은 국자처럼 생긴 특이한 숟가락을 사용하게끔 되어 있다. 소근육 발달이 덜 된 나의 오른손이 잡을 수 있는 모양이었고, 가장 어려운 관문인, '입으로 넣기' 과정이 필요 없었다. 면적이 매우 커서 숟가락 위에 올린 음식을 다시 젓가락으로 집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겐 조금의 우아함을 가미해 주었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하마터면 너무 좋아서 소리 내어 웃다가 울다가 할 뻔했다(혼밥 중이었음).
그 이후로, 나는 지겹도록 그 식당에 방문했다. 약한 손에게는 그 숟가락의 무게조차 무리였는지, 아니면 억지로 잡으려 해서 그런 건지 손가락은 까지고 아팠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아함을 얻는다는 데 이쯤이야~
이젠 완벽하지 않더라도, 여러 숟가락을 사용하여 야무지게 국수를 먹을 수 있다. 이젠, 그 누구와 국수를 먹더라도 주저하지 않는다. 스스로 안 되리라고 단언하던 것을 해냄으로써 얻는 성취와 달라진 하루하루들은 생각보다 훨씬 큰 기쁨을 안겨준다. 무작정 안 된다고 하기 전에 한 번 더 해보자. 어느 순간, 꿈꿔왔던 날들이 눈앞에 펼쳐질 수도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