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에어컨 없이 정말 땀과 싸우며 인테리어를 하면서
8월 가오픈, 시작으로 책방 영업을 시작했다.
첫 주문, 첫 손님이 기억에 생생하다.
막 네이버 지도에 책방 정보를 등록했는데~
전화가 왔다.
막 가 오픈한 풋내기 서점이고 아직 책이 많이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연히 정여울 작가 공부할 권리는 없었다.
근데 첫 주문으로 책을 찾는 손님인데~ 첫 손님부터 허탕치고 싶지 않았다.
이 생각을 아주 짧은 시간에 하고~
무슨 생각으로 오케이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단 오케이 한 후~
노원은 대형서점이 없다. 가깝게 있는 중형 서점 노원문고 전화했는데 그 책이 없었다.
타 지역 넘어가기엔 일정이 좀 빠듯했다.
마침 상봉에 북스리브로 매장이 오픈했었는데, 그쪽에 전화하니 책이 있다고 해서 달려가서 정여울 작가 책 4권을 사 왔다.
내가 책을 사 와서 책을 손님께 줬으니~ 이익은 당연히 없다. 오히려 손해다.
뭐 근데 그게 중요하랴~ 나에겐 첫 손님이란 큰 의미가 있었다.
저녁에 찾으러 온 손님은 서울여대 학생이었다.
책이 쭉 적혀있는 시간표 같은 쪽지를 주면서 이야기했다.
알고 보니 학교에서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수업이 있었는지~ 2학기 주차별 도서를 선정해 계획이 잡혀있었다.
덕분에 약 10종의 책 30권 주문하는 손님을 잡았다.
그리고 온 김에 다른 책도 구매하는 효과도 있었고, 그 친구들이 또 주변 친구들에게 소개도 많이 해줬다.
지나고 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다.
취업 준비로 힘들어하는 학생 손님들
회사 일이 힘들어하던 직장인
책방을 꿈꾸며 이런저런 궁금한 거 물어보던 손님
주인 인터뷰하러 왔다가, 오히려 힘들다며 눈물 흘린 대학생
공릉동 도서관, 마을 운동가 등 다양한 동네 사람들...
1년을 돌아보니 기억에 남는 건, 모두 사람이다.
정말 1페이지, 2페이지 모두 채울 만큼 365일, 365page를 가득 채울 일이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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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살면서 늘 상대방에게 뭔가 '판매'하며 살아간다.
나를 팔기도, 내 콘텐츠를 팔기도, 회사 업무로 상품을 팔기도 한다.
나도 10년 넘게 뭔가 팔며 지냈지만~
책방에서 보낸 1년은 그 누군가에게 판다는 행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좋은 시간이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 판다는 건,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책방 1주년을 조용히 자축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