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영의 글쓰기
“세상의 모든 빗방울과 곤충과 나뭇잎이 저마다의 생태계에서 특별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듯, 여러분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에겐 저마다 자신만의 특별한 마음과 생각과 아이디어, 그리고 능력이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 물결에 합류해, 우리 모두의 집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우지 않겠습니까?” -히바 누르 칸-
‘2022 개정 교육과정’이라는 새로운 교육나침반이 정해졌습니다. 많은 교육전문가가 요구했던 생태, 노동, 성, 민주시민 교육은 약화하거나 빠졌으며, 대신 시장경제, 금융 교육 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미래교육을 이야기하면서 기후위기와 생태전환교육을 총론에서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중요한 공부 거리라도 진영이 다르면 색안경을 쓰고 보는 극심한 이념대결이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 결과라 봅니다. 한심한 일입니다. 지난해, 구글 한국 트렌드 검색어 순위 1위는 ‘기후위기’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자연재해가 ‘기후위기’에서 비롯되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담아내지 못한 교육과정이 학생들에게 환영받기는 어렵겠지요.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희망과 변화의 시작이 아니라 '권력의 재생산'이라는 비야냥을 한동안 더 들을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지난해 말, 다행스럽게 양철북 출판사에서 기후위기에 맞서 ‘모두의 집’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전 세계 청년들의 활동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열여덟 명의 청년들의 활동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는데 각자가 사는 곳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함께 하면 좋을 행동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네요. 글을 쓴 ‘히바 누르 칸’의 제안처럼 우리 모두의 집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우고 싶은 마음을 ‘기후위기’를 주제로 하는 책을 손에 쥐는 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선생님들이 학교 도서관마다 한 권씩 사서 표지가 보이게 책꽂이에 두고 오가는 학생들이 한 번씩 펴보는 것만으로도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책 제목은 ‘모두의 집’입니다. 영어로는 “ONE HOME” 하나의 집을 모두의 집으로 번역한 편집진의 노고가 빛납니다. ‘하나의 집’은 ‘모두의 집’ 일 수밖에 없지요. 요즘에 이렇게 멋진 번역을 ‘초월번역’이라 하더군요. 고맙습니다. 아울러, '레이첼 딘'의 그림도 친근합니다. '모두의 집'에 어울려 사는 많은 생명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올해 제가 손에 잡은 첫 책은 ‘전 세계 열여덟 청년 활동가들의 희망 이야기 <모두의 집, 글 히바 누르 칸, 그림 레이첼 딘, 조연주 옮김. 양철북. 2022. >’입니다. 놓치지 말고 함께 꼭 잡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