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조퇴'라니?

강삼영의 글쓰기

by 강삼영

낭만조퇴라니?


교원에게만 있는 교육공무원법상 보장된 41조 연수, 교원에게만 없는 연가보상비 제도. 문제는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 탓이다.

보통의 공무원인 경우 휴가권 보장과 예산 절감을 위해 20일 정도 보장되어 있는 연가를 모두 사용하도록 제도적으로 권고하고 있음에도 교원이 연가를 사용하면 학교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짐작으로 우려를 나타낸다. 교원, 특히 교사는 업무 성격상 학생과 직접적인 교육활동(수업)을 위해서는 당사자가 꼭 있어야 한다. 흔히, 피하지 못할 사정(출산, 질병 휴직)이 있을 경우 강사를 선발해 배치하기도 하지만 담당교사의 역할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제한을 고려해 교사들에게는 수업이 없는 방학이나 휴업일의 경우 근무지 외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연수라고 하지만, 특정 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무지가 아닌 곳에서 자유로운 일상이 가능하다. 특혜로 보이는 제도를 보장해 주었기 때문에 방학이나 휴업일이 아닌 시기에 교원이 연가, 조퇴, 외출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졌고 교통이 불편한 시절이라 교사들은 퇴근 후에도 늘 학교 주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퇴근하면 누구나 집에 간다. 다만 집이 학교 주변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거점 지역에 주거지를 정하고 1시간 이내 지역은 출퇴근을 한다. 다른 직장인이 그런 것처럼. 급한 업무만 없다면 아이 돌봄이나 개인의 일로 자신에게 보장된 휴가(연가, 조퇴, 지참, 외출)를 마음껏 쓰는 것이 당연하다. 교원들에게만 연가를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법률상으로는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이 없는 한 교원의 휴가를 보장해줘야 한다. 물론, 방학 때 연가를 쓰면 되지 왜 학기 중에 쓰려고 하느냐고 말할 수 있다. '교육과정운영에 지장이 없는' 상황이 언제인지 판단하는 것은 결재권자의 몫이지만 연가(연가, 조퇴, 지참, 외출)의 시기를 국가기관이나 상급자가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률상 보장되어 있는 국가공무원의 휴가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나 지침, 규칙으로 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교원이 아닌 공무원의 경우 연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 날짜만큼 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니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공무원들은 연가를 쓰지 않는다. 오죽하면 국가가 나서서 상급자부터 솔선수범해서 연가를 쓰라하고, 연가를 언제 쓸 것인지 계획서를 제출받고, 연가보상비도 50% 내에서만 지급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교원에게는 다른 잣대를 들이민다. 교원에게만 연가를 쓰지 말라고 한다.

교원단체가 교육운동으로 조퇴를 포함한 연가를 자제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교육감이 나서서 '낭만조퇴'니 '태업'이니 비난한다고 해서 문제가 풀어지지는 않는다. 여기에 더해 학교장의 권한으로 교사의 조퇴에 대해 사유를 묻고 허용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려 든다면 갑질 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낡은 제도가 문제라면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학교장 권한이나 교사 개인의 사명감의 문제로 바라본다면 학교는 대립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내몰리게 될 뿐이다. 교육감이 언론을 상대로 교원들의 연가 사용을 '낭만조퇴'라 언급하며 속이 시원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교사 일반을 비난하며 가리킨 손가락을 빼고 나머지는 하늘과 자신을 지목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