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화 교육이 미래교육이다

강삼영의 글쓰기

by 강삼영

개별화 교육이 미래교육이다

모두가 특별한 교육연구원장 강삼영


'연상작용', 하나의 관념이 그것과 연관된 다른 관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심리적 작용을 말합니다. 연상작용을 문학적으로 극대화하는 장르가 있다면 '시'입니다. 살아 있는 알배기 꽃게에 시커먼 전통 간장을 붓는 장면에서 "저녁이야 / 불 끄고 잘 시간이야"라며 모성을 연상하게 하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보며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 까맣게 몰랐다"라고 속삭일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심리 작용에 기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광고제작자들은 소리와 빛깔만으로도 의도했던 특정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교육'이라고 하면 어떤 상황이 연상되는지 궁금합니다. 교사와 학생이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장면, 아니면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 장면, 그것도 아니라면 시험지를 풀고 있는 학생들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반사적으로 떠 오르는 장면이 갖고 있는 힘은 막강합니다. 같은 말을 듣고도 어떤 사람은 교육의 가장 본질적인 장면을 생각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지긋지긋했던 문제풀이나 모멸감을 느꼈던 경험을 끌어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한 발 더 들어가 '미래교육'이라는 낱말에서 연상되는 장면을 한번 떠 올려봤으면 합니다. 학생들의 학업을 도와주는 온갖 기계들이 떠오를 겁니다. 전자칠판, 디지털 교과서, 로봇, 개인용 컴퓨터 앞이 앉아 있는 아이들, 화면에는 동시간 대에 연결된 교사나 친구들이 보이거나, 인공지능 학습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을 것입니다. 학생 모두가 학습에 흥미를 느끼고 있고, 교사는 아주 선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일 수도 있을 겁니다. 과거 학창 시절 과학주간에 했던 행사에서 습관적으로 글이나 그림으로 묘사했던 것처럼 디지털 기기에 기댄 미래교실은 안전하고 행복한 모습일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미래교육, 그 속에 통합 교육을 받는 장애 학생들도 들어있는지요. 늘어나는 정서 불안 학생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에 과몰입해 학습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다문화 이주배경 학생, 경계성 지능의 느린 학습자, 디지털 교과서가 작동을 멈췄다며 고함치는 아이들, 학업을 중단한 학교밖 청소년들, 특정 교과에 지적 호기심이 넘치는 외로운 영재아, 갑작스러운 접속 지연으로 중단된 학습 장면과 온갖 전자기기에 둘러싸인 학생들을 챙기느라 땀을 흘리고 있는 선생님들도 들어 있는지요.

'개별화 교육', 주로 특수교육 분야에서 학습자 개인의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서 학습목표, 내용, 학습방법과 환경까지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을 뜻합니다. 한 아이 한 아이 모두가 자신의 기질과 흥미, 진도에 맞는 배움이 가능하도록 계획하는 개인별 교육과정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의 빛깔과 속도로 모든 순간 배움이 일어나도록 계획을 세우고 교사와 학부모,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가능한 교육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교육은 학습자의 가정 배경이나 발달 단계, 기질과 특성을 이해해야 가능합니다. '한 아이에 두 부모'라는 말처럼 어쩌면 특별한 교육적 처방을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학생 하나에 한 명의 교사가 필요하기도 할 겁니다. 이처럼 우리 아이들의 특별한 교육적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교육적 실천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일률적인 인력과 예산 지원에서 벗어나 현장의 요구에 바로바로 응답하는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교육은 AI기반의 학습 도구나 디지털 기기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전자칠판과 대형 스크린, VR기기를 쓰고 가상공간을 헤매고 있는 아이들, 화면으로 만나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미래교육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연상하기 시작하면 우리 교육은 또다시 지긋지긋한 악몽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특정 단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AI기반의 학습도구를 제공해 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입니다. 한국어를 못하는 다문화 이주배경 학생이나 외국어를 어려워하는 학생에 대한 처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시설과 효율적인 학습도구를 제공했는데 너는, 그 학교는, 그 지역은 왜 성과가 나오지 않는지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이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체계적인 학습도구라도 누군가 아이 곁에서 세심하게 살펴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면 안 되는데 말입니다.


'미래교육', 한 아이도 배움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질문과 답변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수업 장면이 생각나야 합니다. 한 교실에 담임뿐만 아니라 아이들 각각의 교육적 요구를 지원하는 선생님들이 함께 있는 모습이 떠올라야 합니다. 학생들이 학교 안팎을 넘나들며 이웃 어른들로부터 삶을 배우는 장면이 그려지길 바랍니다. 선생님 모두가 학교에 소속될 까닭은 없지만 더 많은 이웃들이 교육 속에서 아이들과 얽혀야 합니다. 그 장면들 속에 우리 교육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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