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9개월째다. 6월 24일 현재 팔레스타인 사망자만 3만 7600여 명, 하루 평균 140명이 넘는다. 그 대다수는 평범한 민간인, 40%는 어린이다. <집단학살 일기 가자에서 보낸 85일, 아테프 아부 사이프 지음>
전쟁이 쓸고 간 폐허, 아이들과 여성이 가장 많이 목숨을 잃습니다. 극한 상항에서는 물리적인 힘이 부족한 이들이 가장 먼저 목숨을 잃는 법입니다.
6월 초 팔레스타인 평화활동가의 강연 자리에 참여했습니다. 강의를 듣다가 지금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평화의 길은 멀고 험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교육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팔레스타인의 청소년과 아동들에 강조하는 것이 있는지요? 예를 들어 팔레스타인의 역사, 평화를 위한 세계관 등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강연자(니달 이부줄루프)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교육이 있지만 자신은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연대와 지원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류 보편의 가치를 담고 있는 국제법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평화를 지키는 힘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겠지요. 역사를 공부하는 것, 평화세력과의 연대를 위한 노력,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와 말을 잊지 않는 것.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제69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평화는 굴종이 아니라 힘으로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암흑의 땅”이라고 부르고, 오물 풍선 살포를 “비열한 방식의 도발”이라고 표현했다. 2022·2023년 추념사 때보다 더 강한 표현으로 북한을 비판하고, ‘힘에 의한 평화 유지’라는 대북 대응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남북 대화와 협력 가능성을 닫아둔 채 힘을 통한 압박 기조만 고집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 6월 6일 자>
정권이 바뀌고 대화는 마다하고 서로가 가장 싫어하는 말과 행동을 하나씩 주고받은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이념을 중시하던 냉전시대의 외교문법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염려가 많습니다.
"선생님, 전쟁 나요?"
대북전단과 오물이 담긴 풍선이 오가는 뉴스를 보고 열 살도 안된 아이들이 묻습니다. 쉰이 넘은 선생이 어릴 적 꿈속에서 만났던 악몽을 우리 아이들이 상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끔찍합니다.
힘으로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요. 지금 전쟁으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국가는 힘이 없는 나라인가요. 가장 힘 있는 나라가 가장 많이, 자주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힘이 세니까 갈등을 무력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고 그 생각이 평화를 위협하는 것입니다. 평화가 무너지면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다른 그 무엇도 지킬 수 없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일지>
언젠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마을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면을 만났습니다. 가장 약한 아이들이 가장 먼저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재앙이 쓸고 간 자리. 그것이 무모한 전쟁 때문인지, 아니면 인간의 탐욕으로 일어난 자연재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장 먼저 친구들과 모여 놀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아이들일 겁니다. 다시, 놀아야 합니다. 놀이가 희망입니다. 놀이의 반대는 '일'이 아니라 '우울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놀이가 공부와 이어지고 다시 일이 되는 삶이 글쓰기 정신이고, 김구 선생님이 강조한 문화의 힘이지요. 인류가 쌓아온 높은 문화에 기대 평화를 지켜내야 합니다.
걷고, 뛰고, 춤추고, 노래하고, 그리고, 쓰고, 만들고……. ‘문화’의 다른 이름이 있다면 ‘놀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무더운 여름. 조금 게을러지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 하나 해보겠습니다. 지금 아이들이 빠져있는 놀이가 있다면 어깨 너머 슬쩍 배워볼 참입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웃음이 나오지요. ‘놀이’가 ‘평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