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
흔히들 우울하면 그 사람의 표정, 기분, 말 이런 것들을 통해서 많이 느낀다. 예를 들어, 누군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오늘 무슨 일 있어? 괜찮아?라는 질문들을 통해 그 사람의 현재 기분, 심리 상태를 파악한다. 사실 정말 우울한 사람은 남들 앞에서 그걸 잘 티 내지 않는다. 그러면 더 우울해지고 내가 우울증인걸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 애써 남들 앞에선 그러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는 꽤나 오랫동안 현재는 심각하진 않지만 잔잔하게 계속해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지금 그나마 회사를 다니며 사회활동을 해서 그나마 우울이라는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간혹 휴가날 혹은 아무것도 안 한 주말이면 스스로를 자책하며 다시 우울해진다. 하도 오랫동안 이를 앓았더니 우울한 감정을 완화하는 방법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방청소이다.
유튜브에서 우울증 걸린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관련 전문가가 그들의 방을 정리해 주는 영상을 보면 방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깨끗한 방이 없다는 것이다. 우울하면 그 주변에 더럽고 어질러진 게 전혀 보이질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 현재 내 기분이 그걸 치울 기분이 아니고 그냥 그냥 가만히 있고 싶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걸 치워서 뭐 해.. 어차피 난 곧 사라질텐데..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늪에 빠지게 된다.
한창 우울증이 심할 때 관련 영상들을 많이 봤었다. 물론 나는 지금 부모님과 살기 때문에 잔소리에 방을 안 치울 수 없을 때가 있긴 하다. 근데도 간혹 어질러져있을 때가 있다. 그때는 내가 우울하다는 신호이다. 그걸 꽤나 오랫동안 모를 때가 있다. 짧으면 1주, 길면 1달. 진짜 이러다 일이 터질 것 같을 때쯤 한번 정신이 돌아온다. 내가 왜 이렇게 우울했지, 방이 또 어질러져있네, 일단 방부터 치우자.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오롯이 방을 치우는데 집중하다 보면 마치 내 맘 속에 우울 덩어리가 조금씩 덜어지는 기분이 든다. 청소할 때만큼은 이걸 어디가 두지, 이걸 어디다 버리지 이런 생각들에만 집중하다 보니 평소 생각이 많은 나에겐 이보다 좋은 생각정리 행위가 없다.
만약 당신이 지금 우울하다면 현재 자신의 방 상태를 둘러보자. 어질러져있다면 하나하나 청소를 끝까지 해보자. 그걸 끝마쳤을 때 감정이 좋아질 뿐 아니라 스스로가 대견할 것이다.
내일 좀 더 나아질 나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