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살이의 흑과 백 - 2

나의 애증의 파리 : 파리지앙들에 관한 매우 주관적인 고찰.

by Dear 클로이

미디어로 접하거나 여행으로 와서 마주한 파리지앙, 그들의 이미지는 보통 차갑다 혹은 까칠하다 의 의견이 대다수이다. 그들은 실제로도 그럴까? 내 대답은 Yes이다. 우스갯소리로 지하철에서 인상을 구기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파리 사람들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모든 파리지앙들이 다 그럴 거라는 생각은 너무 위험한 편견이다. 사실 좋은 사람들도 너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가끔 해외살이에 대해 드는 생각은 이 나라의 언어를 마음으로 온전히 이해하기 시작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다. 그 이전까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퍼즐 맞춰지듯 마음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것들이 가시처럼 파고들어 아프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오해가 벗겨지는 느낌도 든다.


그들이 까칠하게 된 이유는 어딜 가나 사람이 많은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대도시의 공통점이라고 해야 할까? 문을 열고 집을 나서면 어딜 가나 사람이 많고 심지어 파리의 인도는 엄청 좁아서 간혹 한 사람이 건너편에서 오면 한 사람은 기다려줘야만 하는 불상사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보통은 기다려준 상대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하지만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많다. 물론 둘 다 비켜주기 싫어서 마주 걷다가 알아서 안 부딪히게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아침의 출근길은 여기도 마찬가지로 난리다. "좀 더 들어갑시다~ 더 들어갈 수 있잖아요.",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얼른 출근해야 한다고요." 등 곳곳에서 밀지 말라는 소리도 들린다. 여기저기 불평소리가 들리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한마디로 출근길에 경직된 사람들을 웃기기도 한다.


그리고 대도시에 살아온 사람이 자주 범하는 문제가 지방에는 대도시에 있는 것들이 없지?라는 식의 태도에서도 오는 것 같다. 파리에서 나고 자라온 남편의 직장 동료가 지방 출신인 내 남편에게 거기에는 이런 것들이 없지? 거기에는 도대체 뭐가 있어?라는 질문을 아무런 악의 없이 새침하게 물어봐서 엄청 기분 나빴다며 역시 파리지앙들은 재수 없다며 나에게 털어놨던 기억이 난다.




사실 여기도 다른 곳에서도 그렇듯이 암묵적인 룰이 있다. 예를 들면 급한 사람들을 위해서 에스컬레이터 왼쪽은 비워두고 오른편에 서기이다. 눈치껏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다 보면 아 여기 사람들은 이런 방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근데 아무래도 여행으로 온 사람들은 처음 온 곳인 데다 낯설기에 왼편에 그냥 서버리거나 아예 길을 막아버리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뒤에서 누군가 비켜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척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경우는 진짜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그리고 웬만해선 지하철에서는 서로 눈을 안 마주치려고 기를 쓴다. 지하철을 타게 되면 마주 앉게 되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 내 앞에 사람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서로 눈을 안 마주치려고 창 밖을 보거나 아니면 핸드폰 보기 등 각자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사실 10년 전 만해도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요새는 전부 핸드폰이다. 예전에는 지하철에서 인터넷이 잘 안 되기도 했고 또 특정 역을 지나면 인터넷이 끊기는 상황도 자주 있었지만 요새는 조금 나아진 듯하다. 그래도 끊기기는 한다. 무튼 지하철에서 당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애들은 이상한 애들일 가능성이 높으니 신경 쓰지 말고 받아주지 말자.




또 다른 가설로는 파리가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약간 사람을 센티멘탈하게 만든다. 무던하게 사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이 도시는 무던하게 살기에는 너무나 섬세한 도시이다. 파리 건물들의 대문을 보면 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색깔은 비슷해 보일 수 있는데 디자인이 다 다르다. 건물에 들어간 세세한 조각들을 찬찬히 뜯어보고 감상하다 보면 여러 가지 질문들이 머리를 스쳐간다. 그래서 예술가의 도시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시력이 안 좋지만 안경도 안 끼고 렌즈도 안 끼고 그냥 흐린 채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래라는 식의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았었지만 파리에 지내면서부터 렌즈를 얼른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많은 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파리에 살면서 떠나고 싶은 순간들도 많았지만 나에겐 정말 애증이다. 떠나고 싶지만 동시에 떠나고 싶지 않은 양가감정이 늘 마음 한편에 존재하며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미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최대한 파리를 즐겨봐야겠다.


P.S 아 그리고 여름 바캉스 기간에 그들은 파리에 대부분 없다. 왜냐면 여름에는 대부분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로 휴가를 즐기기 위해 떠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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