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격려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이 상대방의 마음에 꽂혀 큰 상처가 되거나, 좌절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칭찬과 격려의 말 한마디는 상처 입은 심령이 치유되고 회복되어, 자포자기 상태에서 일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느끼는 대로> 그림책을 보았습니다. 주인공 레이먼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언제나 무엇이나 어디서나 그림을 그렸습니다. 어느 날, 레이먼은 꽃병을 열심히 그리고 있었는데, 형 레온이 어깨너머로 레이먼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도대체 뭘 그리는 거야?”라며 비웃었습니다. 이후 형의 비웃음은 레이먼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레이먼은 반복해서 꽃병을 그리고 또 그렸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림들을 구겨 버리고 또 버렸습니다.
하지만 여동생 마라솔은 오빠가 버린 그림들을 주워다가 잘 펼쳐 자신의 방 벽에 하나 가득 붙여놓았습니다. 레이먼은 “꽃병을 그렸는데 꽃병처럼 보이지 않는다”라고 하였지만, 여동생은 “그래도 꽃병 느낌이 난다.”라고 말했습니다. ‘꽃병 느낌이 난다.’라는 동생의 말에 힘을 얻고, 레이먼은 다시 그림을 그렸습니다. 사물을 보이는 그대로만 그리기보다 ‘느끼는 대로’ ‘손 가는 대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렸습니다.
레이먼은 주위에 펼쳐진 세상을 ‘느끼는 대로’ 감정을 넣어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그림만 그린 것이 아니라 느낌을 담아 글로 쓰기도 하였습니다. 레이먼은 그림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은 그냥 마음으로 즐겼습니다. 레이먼은 오래오래 아름다운 느낌들이 가득한 삶을 누렸습니다.
어린 시절 저에게도 상처로 남았던 말이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미술 선생님은 운동장에서 그림 그릴 준비가 되어있는지만 확인하고 (시골 학교) 넓은 교정에 흩어져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라 하셨습니다. 미술 선생님은 체육 선생님과 나무 그늘에서 시간을 보내며 한 학기가 끝나갈 무렵,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평가하셨습니다. 미술 선생님은 제가 그린 그림을 보고 ‘손으로 그린 거냐, 발로 그린 거냐?’ 하셨습니다. 그 무렵 음악 선생님은 제가 입을 작게 벌리고 노래를 불렀다고 음악 시간이 끝날 때까지 교실 앞에 나와 입을 크게 벌리고 서 있게 하셨습니다. 이후 저는 그림을 그릴 수 없었고 노래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의 무심코 던진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고 그림을 그리지 않고 노래를 부를 수 없었던 제가,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고 칭찬하는 말과 행동을 하였을까요? 아닙니다. 시집살이했던 시어머니가 며느리 시집살이 시킨다고, 제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별생각 없이 판단하는 말을 함부로 하였습니다.
특히 둘째 딸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저의 상처 주는 말로 인해 자존감에 상처를 받아 오랫동안 자신감을 잃고 무기력하게 생활하였습니다. 딸은 장차 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으면 “몰라”, ‘하고 싶은 게 없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냥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 소설을 즐겼는데 중독수준이었습니다.
딸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선생님께 지적을 받곤 하였습니다. 학교에서 스트레스받고 집에 와서 이야기하면, 저는 딸아이의 상처받은 마음을 공감해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네가 그렇게 하니까 친구들이 싫어하고 선생님께 혼난 거야”라며, 밖에서 까지고 온 이마를 제가 또 까는 격이었습니다. 이후 아이는 더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상담을 공부하면서, 딸아이를 그렇게 만든 자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판단하는 말을 삼가고 공감하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말을 하고자 힘썼습니다. 물론 쉽지 않았습니다. 2학년 때까지 한글을 깨치지 못해, 발표 수업을 다 외워서 했던 걸 기억하고, 항상 “머리 좋은 ○○”라고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러자 딸은 점차 자존감, 자신감이 회복되어갔습니다. 지금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박사학위 3년 차 과정에 있습니다. 이제 딸은 힘들어하는 동료들과 학생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로 변화되었습니다.
그런 딸이 요즘 아빠인 저까지도 칭찬하고 격려합니다. 자신처럼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친구가 있는데, 딸을 너무 의존하는 아빠로 인해 친구는 힘들어한답니다. 우리 아빠는 딸들 의지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살아 주어서 고맙다고 합니다. 꼬박꼬박 스스로 밥 잘 챙겨 먹고 열심히 걷고 자전거 타며 운동하고, 밖에 나가 다양한 친구들 만나 교제(소그룹)하는 것을 칭찬합니다. 나이가 들었지만, 딸에게 격려와 칭찬을 들으니 행복합니다.
며칠 전 교회 선배 한 분(1946년 생, 80세)을 만났습니다. 3년 전 아내 권사님께서 돌아가시고 뵌지 오래되어 교회 친구들과 함께 연락하고 찾아갔습니다. 일단 집에 와서 잠깐 기도해주고(심방 예배) 밖으로 나가 점심을 먹자 하십니다. 최근에 위암 수술해서 몸무게가 30kg 가까이 빠져 겨우 보행기를 의지하여 움직이셨습니다. 제가 건망증이 심하고 치매가 걱정된다고 하자, 찬송 많이 부르고 열심히 성경 읽으면 치매 염려 없다고 하십니다. 몸은 비록 병들었지만 어둡고 부정적인 말씀을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카톡에서 ‘노년의 행복’이란 글을 읽었습니다. 건강한 사람, 괴롭지 않은 사람, 마음이 병들지 않은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며, 노년에 가장 필요한 것은 허물없이 만날 수 있는 보석 같은 친구들과 건강이라고 합니다. 다들 건강 챙기고자 노력하지만 나이 들면 몸이 아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록 몸이 약할지라도 마음만은 병들지 않게 지키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란 생각입니다.
(2025.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