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怒) 나더라도 대화하자

by 농부사랑

화(怒) 나더라도 대화하자


화를 한 마디로 뭐라 할까? “크게 다름”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뭐가 되었든 크게 다르지 않으면 화를 낼 것 같지 않습니다. 성격이든 습관이든 가치관이든 크게 다를 때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 같습니다. 특히 종교나 정치 성향이 다른 경우, 이야기하다 보면 화를 내게 됩니다. 그래서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종교와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아내와 나는 서로 다른 게 참 많았습니다. 아내는 서울 토박이로 숭실대 앞 상도동에서 태어나 결혼할 때까지 그집에서 살았습니다. 나는 전라도 시골 출신입니다. 아내는 결혼하고 처음 우리 시골집에 와 보고 어떻게 이런 시골에서 서울에 있는 자기를 만났느냐며 정말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또 아내는 전공이 국어 나는 수학, 아내는 성격(MBTI)이 ENFP, 나는 ISTJ, 4가지 성격 영역이 모두 달랐습니다.


아내랑 정말 많이 달랐지만 서로 화를 내지 않고자 많이 노력했습니다. 특히 성경에서는 화를 참는 것이 지혜라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화를 크게 냈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 어릴 때, 신발 하나 사고자 한다며 아내가 백화점 세일 기간에 같이 가자 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청랑리 롯데백화점에 갔는데, 먼저 1층 신발 코너에 들러 랜드로바 한 켤레를 샀습니다.


아내는 신발을 구입한 후에도 1층만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2층과 3층도 둘러보고 다녔습니다. 나는 주차장에 가 있으면 안 되겠느냐 물었지만 아내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표정은 일그러졌습니다. 집에 오면서 차 안에서 크게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집에 와서 아내는 저녁을 준비하고, 나는 방에 들어가 누웠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한 거였습니다. 아내가 아니고 동료 여선생님들이나 교회 여자 성도님들이었다면 그렇게 화를 냈을까? 표정이 일그러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난하고 부족한 나에게 시집와서 얼마나 고생하며 희생해온 아내인데, 그토록 화를 낸 것이 정말 미안했습니다. 특히 그때는 교회력으로 부활절 일주일 전에 있는 고난주간이었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는 마음으로 그날 저녁을 금식하였습니다.


아내는 저녁 준비가 되자 딸들을 시켜 저녁 먹게 나오라고 하였지만 나가지 않고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내는 “지금은 딸들이 어리니까 함께 살지만 얘들 키워놓고는 함께 살 생각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화가 난다고 저녁도 먹지 않고 그냥 잤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미안하고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금식했던 거라고 ….


아내의 화가 풀렸지만 화가 나더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큰 오해가 생길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처음 상담을 공부할 때 싸우더라도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말을 해야지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함께 상담을 공부하면서 참 많이 싸웠습니다. 많이 싸웠기에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고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아니 싸우면서 성격, 살아온 삶의 궤적, 무엇보다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배우자와 한평생을 어떻게 살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많이 다른 것은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었습니다. 서로 배려하고 섬기며 함께 성장하였습니다.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이 다른 아내랑 함께해서 더 멋진 인생이었습니다.

(2025.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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