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써보는 서평입니다
『약함을 돌보는 단어들』 김주련 지음, 성서유니온 2025.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약함을 돌보는 단어들』은 격월로 발간되는 「시니어 매일성경」에 4년 동안(2022-2025년) <그림책으로 읽는 신앙의 움직씨>라는 제목으로 연재하였던 글들을 모아 출판한 책이다. 저자 김주련은 읽고 쓰고 그리기를 좋아하다가 성서유니온에서 「매일성경」 책임편집과 출판국장, 대표 등을 역임하였으며, 신앙 언어와 일상 언어의 거리에 대한 고민을 담아 「어린이를 위한 신앙낱말사전」(성서유니온, 2020년)을 썼다.
2주 전에 부여-공주에서 초등동창 모임을 가졌다. 매년 아래 지방에 사는 친구들이 올라오고 수도권에 사는 친구들은 내려가, 충청권에서 1박2일 함께 먹고 자며 삶을 나눈다. 지난 4월에 만났을 때, 어떤 친구가 칠순인데 플래카드도 없다 하였다. 막상 플래카드를 만들려니 뭐라 쓸까 고민이 되었다. <〇〇 ** 회 동창들의 칠순을 축하합니다> 쓰고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거랑께>를 큰 글씨로 강조하였다. 우리 나이 또래인 노사연의 노래 <바램> 가사에 나오는 글을 인용한 것이다.
【초고령 사회의 난감한 사태를 묘사한 『당신의 노후』라는 소설에, 오래된 도자기를 사랑하는 도자기 강사에게 한 학생이 왜 옛날 도자기들이 요새 나오는 좋은 그릇들보다 비싸냐고 따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강사의 대답은 “이 오래되고 투박한 도자기들이 요새 나오는 좋은 그릇들의 부모니까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늙고 투박한 분들이 오늘 우리를 있게 한 부모이기에 그만큼 값진 우대와 존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바람이 ‘늙다’라는 동사를 병든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데로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 “늙다” 중에서 – 60쪽-
동창 모임에서 관광지 몇 곳 돌아보았는데 어디를 가나 노인들로 북적거렸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넘쳐나는 노인들을 만나면서 우울한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노인들을 ‘꼰대’라며 곱지 않게 바라보는 후배 세대들과 사회 분위기를 한편으로는 수긍하면서도, 왠지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며칠 전에 또래 친구들을 만났는데 뭐하며 지내냐 한 친구에게 물었더니, ‘거안실업’에 다닌다고 한다. 거실과 안방을 왔다 갔다 하는 실업자라는 말이다.
노인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이고 또 스스로도 위축되기 쉽지만, 노인들이 마음을 추스르며 자존감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약함을 돌보는 단어들』을 만나게 되었다. 육체의 나이듦을 격려하고 영혼의 나이듦을 축복하는 내용이었다. 약해지다, 시들다, 잊다, 늙다 등 모두 약함을 대표하는 단어이지만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할 때, 인생후반전을 살아가는 자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장수하는 김형석 교수(105세)가 언젠가 인터뷰하면서 한 얘기가 생각난다. ‘몇 살까지 사는 것이 적당한가?’라는 질문에,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2가지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을 때까지 라고 하였다. 성장하고 있는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가? 육적인 성장을 이야기한 것은 아닐 테고, 정신과 영적인 성장을 말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마음이 더 풍성해지고 영적으로 깊어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약함을 돌보는 단어들』을 권하고 싶다. 스스로 위축되는 마음을 위로받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후배 세대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선배 세대가 된다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고 감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2025.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