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by 농부사랑

지혜롭게

누가복음 16장 1~18절


불의한 청지기를 칭찬하신 것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복음서에서 특히 해석이 난해한 부분이라고 합니다. 주의할 것은 ‘불의한 청지기’ 자체를 칭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단지 위기상황에서 지혜롭게 행동했다고 합니다. 청지기는 비리가 밝혀져 주인에게 해고 통지를 받고 인수인계할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청지기는 채무자들에게 빚문서를 가져오라 해서 빚을 대폭 탕감해줍니다.


『묵상과 설교』(성서유니온 2025년)에 보니까 주인에게는 원금을 받도록 해서 손해를 끼치지 않았고, 빚진 자들에게는 지나치게 많이 부담시킨 이자를 대폭 감면해 준 것이랍니다. 비유에서 청지기의 행동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관심사가 아닙니다. 비유의 초점은 ‘물질로 사람을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주인은 불의한 청지기가 마지막 때(해고 직전)에 ‘지혜롭게’ 행동했다고 칭찬합니다.


예수님은 청지기의 ‘지혜로움’을 주제로 ‘이 세대의 아들들’과 ‘빛의 아들들’을 대조시킵니다. 이 세대의 아들들은 시대를 분별할 ‘지혜’가 있는데, 빛의 아들들, 곧 이 세대가 아닌 하나님 나라에 속한 제자들은 어떤가요? 예수님과 함께 종말이 이미 왔는데 하늘의 ‘지혜’로 종말론적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구체적인 적용으로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하십니다.


‘불의한 재물’(9)은 부정직하게 얻은 재물이라기보다 하늘의 보화와 반대되는 의미로 ‘세상의 재물’로 보는 것이 무난합니다. 세상 재물은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재물로 친구를 사귀는 것(영혼 구원)이 최선입니다. ‘작은 것’(10), ‘남의 것’(12)은 ‘불의한 재물’과 동의어입니다.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온 것이 아니고, 가지고 갈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성도들은 하나님의 충성된 청지기로서 종말의 때에 시대를 분별하여 ‘지혜롭게’ 행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재능과 물질, 생명까지도 친구를 사귀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재물로 친구를 얻어야 합니다. 한 영혼(생명)을 구하기 위해 하나님께 받은 재물(모든 것)을 투자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삶입니다.


에콰도르 아우카족을 선교하러 갔다가 순교한 짐 엘리엇을 생각합니다. 엘리엇은 총을 가지고 있었지만 토속민들의 창에 찔려 무참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자신은 구원받은 자이고 토속민들은 구원받지 못하였기에 그 부족의 구원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희생하였습니다.


당시 간호학을 공부하던 엘리엇의 아내 엘리자베스 엘리엇은 나중에 간호사가 되어 에콰도르 아우카족에게 가서 헌신적으로 의료봉사를 하였습니다. 안식년이 되어 떠나려 할 때 ‘당신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어서 ‘당신들이 죽인 엘리엇의 아내’라고 밝혔답니다. 감동을 받은 아우카족이 모두 복음을 받아들이고 엘리엇을 죽였던 자는 목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소그룹에서 생명이 살아나는 교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2014년에 우연히 소그룹을 시작하였습니다. 열심히 전도하시는 한 분이 새신자들로 목장을 꾸렸습니다. 목장 식구들이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가서 힘들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선교단체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성경공부를 시작했는데, 기도와 말씀이 있는 곳에 성령께서 강력으로 역사하심을 보았습니다.


80대 초신자 할아버지가 구원의 확신을 갖고 평안히 주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불면증으로 고통받던 분들이 소그룹에 참여하고 평안히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우울증으로 많이 힘들어하던 분들이 회복되어 몇 년씩 먹던 약을 끊었습니다. 한 분은 정말 우울증이 심하여 몇 번이야 삶을 포기하고자 했던 분인데,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이 소그룹에서 큰 은혜를 경험한 사람입니다. 2011년 아내가 하늘나라로 떠나고, 살아갈 길이 막막하여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2012년 큐티 사역 부장을 맡게 되어, 화요 저녁, 목요 저녁, 토요반, 주일반 큐티 소그룹을 만들었습니다. 모임에 다 참석하여 본문 말씀과 상관없이 아내의 빈자리로 힘들다며 넋두리를 털어놓았습니다. 함께 울어주고 함께 기도해 주어서 정말 놀랍게 제가 회복되었습니다. 그 경험으로 소그룹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땅에서의 삶이 얼마일지 알 수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것들을 잘 사용하는 청지기가 되어야 할 텐데, 생각합니다. 올해 우리 교회 표어가 ‘다시 쓰는 평안 행전’입니다. 소그룹에서 진솔한 삶을 나누고 진리의 말씀 안에서 자유를 누릴 때(요 8:32), 하늘의 평안을 경험하게 된다고 확신합니다. 올해는 소그룹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일에 더욱 힘쓰고자 합니다.


누구나 청지기의 삶을 그만둘 때가 옵니다. 갑자기 올 수도 있고, 천천히 올 수도 있지만 반드시 옵니다. 그때를 대비하며 낭비하는 삶을 살지 말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투자하고 하늘에 보물을 쌓아두기에 힘써야 합니다. 적어도 세상 사람보다는 지혜롭게 살아야 합니다. 내 안의 탐심과 세속적인 욕심을 내려놓고 진실한 믿음으로 살길 소망합니다. (2026.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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