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까?

by 농부사랑

어떻게 살까?


(1)

2011년 7월 아내가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그 후 자다가 깨면 우두커니 앉아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 천정만 쳐다보고 있었다. 벌써 13년이 지났다. 참 세월이 빠르다. 아내 10주기를 맞으며 딸들이 엄마가 쓴 시(詩)들을 모아서 유고시집을 내자고 했다. 판매할 건 아니고, 그냥 지인들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선물하면서 ‘10주기를 맞으며’ 남편인 나의 근황을 적은 글을 복사해서 보냈다.


2011년 아내를 떠나보내고 딸들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재혼할 거냐 아니면 그냥 혼자 살 거냐는 것이다.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건강할 때 있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한번은 아내가 시한부 삶을 사는 말기암 친구를 문병하고 돌아와서 그 친구 이야기를 했다. “억울해서 못 죽겠다”고 한단다. 부부가 함께 고생해서 일궈온 집과 살림인데, 자신이 죽으면 남편이 재혼해서 잘 먹고 살 것이라고 하였단다. 아내는 내 생각은 어떤지 물었다.


아내와 나는 아내 친구의 생각과 달랐다. 함께 살면서 서로의 연약함도 잘 알기에 서로를 진정 생각한다면 혼자 살지 말고 재혼해서 잘 살아달라고 할 것 같았다. ‘억울해서 못 죽겠다’는 아내 친구는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살았을까 궁금했다.


아무튼 딸들에게 아내와의 일화를 들려주고, 엄마가 암 투병하면서는 그런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했다. 재혼할 생각은 아직 없는데, 엄마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나중에 마음이 바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아내가 떠나고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퇴직하고자 했다. 그런데 주위 선배들이 말렸다. 여자는 혼자 살아도 남자는 혼자 못 산다는 것이었다. 또 현직에 있을 때 재혼해야 먼저 떠나더라도 나중에 재혼한 배우자에게 유족 연금이 지급된다고 하였다.


새로운 사람을 맞아들일 마음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아내 떠나고 3년을 더 고민했다. 결국 재혼하지 않고자 마음을 굳히고, 10년 전에 퇴직했다. 딸들에게 아빠는 네 엄마 한 사람만 사랑했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었다.


(2)

언제였던가 군대동기들을 만나서 연명치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60살이 넘었으니 죽음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죽는 사람 3명 중 한 명이 암으로 죽는단다. 우리 자신이 암에 걸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암이 초기에 발견되었다면 당연히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등을 받아야겠지만, 암이 말기에 발견되었다면 고통만 더하는 연명치료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아내의 암투병 과정을 지켜보면서 체험적으로 깨달았다. 말기암이라면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는 연명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집에 와서 딸들에게 군대 친구들이랑 나눈 이야기를 했더니, 딸들은 아빠가 뭐래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끝까지 치료받게 하겠단다.


(3)

혼자 살다가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딸들에게 부담되지 않게 요양병원에 들어가 삶을 정리하고자 한다. 딸들이 결혼 적령기가 되었지만 결혼하지 않아 걱정이다. 딸들이 결혼하여 독립하면 홀가분히 아내 곁으로 떠날 수 있을 텐데 …


언젠가 후배 목사에게서 죽음 준비에 대해서 들었다. 10년 이상 후배인데, 후배 목사 부부는 연명치료 거부, 장기 기증, 시신 기증 등을 했단다. 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들의 생각을 주지시킨단다. 당사자가 서약했어도 자녀들이 반대하면 안 된다고 한다. 나도 후배 목사처럼 그렇게 하고 싶다.


특히 장례절차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몇 년 전에 교회에서 90대 중반의 권사님 한 분이 돌아가셨다. 그런데 빈소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권사님은 딸들만 둘을 두셨는데, 딸들이 모두 지방으로 멀리 시집을 갔단다. 권사님은 교회에서 봉사도 많이 하셨지만 이제는 교회에 권사님을 아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

권사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바로 내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지만 내 장례는 간소하게 치렀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빈소를 차리지 않는 것이다. 지인들에게 알려서 예배만 한 번 드리고 모든 장례절차를 마쳤으면 좋겠다. 시신 기증을 했으니 대학병원에서 나머지 절차를 밟을 것이다.


(4)

사는 날 동안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가장 고통스럽고 주위 사람들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퇴직하고 몇 년 지나서 보니까 건강을 가장 챙기지 못했다. 그래서 동갑내기 친구들 4명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서울 근교에서 100 km 내외(주1회) 타다가 국토교통부에서 발행하는 자전거 수첩을 구입해서 4대강 뿐만 아니라 동해안, 제주도까지 완주해서 그랜드슬램 인증서도 받았다.


건강을 위해서 왠만하면 차를 타지 않고 2~3 km 거리는 걷는다. 격주로 시골집에 다녀오는데, 터미널에서 시골집까지 6~7 km 정도도 가능하면 걸어다닌다. 한 때는 서울둘레길을 열심히 걸어 완주하였다. 요즘은 황토길 걷기에 빠져있다. 맨발걷기가 여러 가지로 좋다는데 무엇보다 수면의 질이 좋아지는 것 같다.

마음 건강을 위해서 시간 있을 때마다 신앙서적을 읽고, 한주에 하나씩 소책자를 만든다. 신앙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발췌하여 소책자를 만들고 주위 신앙 친구들과 나눈다. 신앙서적으로 소그룹도 진행한다. 다음 카페를 두 개 운영하는데, 하나는 신앙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족 친척들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다.


소책자를 만들고 소그룹을 진행하기 위해 신간 서적을 구입하지만 가끔 알라딘 중고서점도 이용한다. 그곳에서 절판된 좋은 책을 발견하면, 어린시절 소풍가서 보물찾기한 것처럼 기쁘다. 책 읽는 것이 즐겁고, 끊임없이 할 일이 있어 행복하다. 특히 소그룹에서 우울한 분들이 삶을 나누는 가운데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보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2024.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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